Page 27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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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다시 보기
성이다. 전체[理]와 부분[事], 개체[事]와 개체[事]의 관계를 비
롯해 모든 존재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관계성을 설명하
미세한 먼지 속의 는 문이다. 이들 문을 하나씩 통과하면 모든 존재는 하나로
광활한 우주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 (緣起)의 실상을 이해하게 된다.
둘째, 하나로 연결된 무수한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문이다. 법
글 : 서재영
계의 존재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간다. 유일한 창조주에 의
한 일방적 창조가 아니라 법계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에게 영
향을 주고받으면서 상호 창조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화엄의 눈으로 보면 모든 존재들이 창조주가 된다. 따라서 존
관계와 작용 그리고 시간 재의 근원으로서 유일적 창조주라는 환상은 해체된다.
화엄의 십현문은 존재의 실상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여는 셋째, 시간적 관계성을 설명하는 문이다. 모든 작용에는 시
열쇠에 비유할 수 있다. 그 열쇠는 열 개의 키워드로 제시되고 간이 개입한다.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因果)도 시간을 매개로
있는데, 이들 열쇠에는 존재의 연기적 관계성과 상호작용에 한 개념이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순차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따라서 십현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 적으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십현문의 시간은 한 방향
다 화엄의 바다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씩 열리는 것이다. 물론 으로 흐르는 1차원적 흐름이 아니라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
그 문은 나의 인식 밖에 존재하는 물리적 문이 아니라 내면 서 과거로, 과거와 미래가 찰나의 현재에 응축되기도 한다.
의 인식을 확장하는 마음의 문이다. 십현이라는 열쇠로 존재
의 실상을 하나씩 이해할 때마다 법계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동시구족상응문
씩 열리기 때문이다. 십현문의 첫째 관문은 동시구족상응문(同時具足相應門)이
십현문은 존재의 실상을 깨닫게 하는 열 개의 키워드로 되 다. 이 문은 십현문 전체를 포괄하는 총론에 해당한다. 우리
어 있지만 크게 세 가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첫째, 거대한 는 어떤 개체를 볼 때 단지 개별적 개체로만 바라본다. 그렇게
우주법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는 존재의 상호관계 보면 개체는 전체와의 관계성이 단절되고 고립적 존재라는 이
● 고경 2017. 10. 2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