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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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살펴볼 수 있는데, 지난 연재에서 지적했듯이 염, 즉 사띠                                    상하며 현존하는 것처럼 마음에 담아두는 작용인 불수념과

         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사띠는 오늘날 서구에서 주목받                                    마찬가지로 상상력이 동원된 작용이다.
         고 있는,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주의집중한다.”는 의미 외에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설일체유부 논사들이 사띠를 인지
         명상 또는 관조의 대상을 “마음속에 담고 있거나 붙들고 있                                      대상을 현재의 순간으로 ‘환기하며 (abhilapati)’ 그 결과 그 대
         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상들을 나중에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작용으로 본 것이나, 유
           수념 (anussati)은 바로 이 두 번째 의미에 가장 가까운 용                               식 논사들이 사띠를 그 이전에 파악한 의식의 대상을 환기하

         법으로 사용되며, 그 대상은 불, 법, 승, 계, 보시, 천이며 그밖                                는 작용으로 간주한 것은 모두 사띠 속에 수념의 요소가 있
         에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 (ānāpāna-(anu)smṛti)”, “죽음                         음을 인정한 것이다.
         에 대한 알아차림 (maraņa-(anu)smṛti)”, “몸과 관련된 알아차림                            초기경전에서도 불수념은 사띠의 하나로 이해되었는데,

         (kāyagatā-(anu)smṛti)” 등을 포함한다.                                       『앙굿따라니까야』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어떤 대상을 마음에 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
         한데, 그것은 곧 기억 행위를 요구한다. 수념 (anussati)의 접두                                  “비구들이여, 계발하고 발전시키면, 깨어 있음으로 평정으
         사 ‘anu’가 그 대상들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또는 ‘환기’를                                     로 [감각과 의식의] 정지로, 내적인 고요함으로, 특별한 지혜
         의미하기 때문에 ‘아나빠나사띠 (ānāpānasmṛti)’는 ‘들숨과 날숨                                 로, 깨달음으로, 열반으로 인도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

         에 대한 알아차림’만 아니라 ‘들숨과 날숨을 마음에 담아두                                          이 무엇인가?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 승가, 계, 보시, 하
         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팔리어 『자비경 (Metta-sutta)』에                                늘, 호흡, 죽음, 신체, 내적인 고요함에 대한 사띠이다.”
         서 자비 (metta)를 기르는 것은 마음속에 자비를 담아두는 훈

         련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기억과 지속적 주의력이 서로 다                                        여기서 불수념은 호흡이나 신체에 대한 사띠와 마찬가지로
         른 정신능력이 아니라 동일한 정신능력의 두 가지 측면이라고                                      깨어 있음, 평정, 감각과 의식의 정지, 내적인 고요함, 특별한
         보는 것이 사띠의 원래 의미에 더 맞는 해석일 것이다.                                        지혜, 깨달음, 열반 등 수행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이해되
           뿐만 아니라 부정관 수행을 살펴보면, 수행자는 자신의 신                                     고 있다.
         체 부위를 관찰해야 할 뿐 아니라 ‘더러운 것 (asucin)’으로 보                                 『앙굿따라니까야』와 『증일아함경』 제2권 「광연품」에서는

         아야 한다. 자비관 수행에서도 어떤 대상을 마음속에 환기하                                      ‘여섯 가지 대상에 대한 염’을 설명하면서 염불에 대한 상세한
         는 작용이 필요하다. 이 작용들은 현존하지 않는 부처님을 상                                     설명을 더하고 있다.



         ● 고경                                           2017. 10.                                                                2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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