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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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 존재가 전체와 다르지 않고, 광활하고 거대한 전체가
개별적 존재와 같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DNA와 성체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DNA는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하지만 그 속에는 하나
의 생명이 거쳐온 아득한 역사가 함축되어 있다. 그 속에는 억
겁에 걸친 생멸변화의 과정에서 형성된 아득한 역사가 들어
있다. 나아가 그곳에 들어 있는 정보는 개별 생명체의 역사에
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무수한 존재들과 상호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탄생하였고, 유지되고 소멸
해간다. 따라서 미세한 DNA 속에는 그와 같은 무수한 존재
들과 상호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정보가 종합적으로 응축되어
있다.
그리고 아득하게 확장될 미래 역시 함축하고 있다. 비록 미
세한 먼지처럼 존재하지만 인연을 만나면 온전한 생명개체나
미지에 갇히고 만다. 그러나 화엄의 눈은 어떤 존재를 보더라 거대한 성체로 펼쳐진다. 이처럼 모든 존재는 억겁의 시간과
도 개별적 존재에 머물지 않고 전체와의 관계로 인식이 확장 공간, 무수한 존재들과 상호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업보(業報)
된다. 의 상호관계 속에서 축적된 정보를 담고 있다. 존재의 이와 같
성철스님도 동시구족상응문에 대해 “하나에 일체가 구비 은 특징을 현수스님은 동시구족상응문으로 설명했다.
되고 일체가 하나를 구비한 자리”라고 풀이했다. 미세한 먼지 이런 안목으로 존재를 바라보면 생명은 단지 하나의 생명
속에 억겁의 시간이 들어 있고, 광활한 우주가 들어 있다. 미 개체로 보이지 않고, 작은 먼지도 보잘 것 없는 먼지로 보이지
세한 먼지가 우주와 같은 넓이를 가졌고, 모든 존재들은 영겁 않는다. 어디서 무엇을 보든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작고 보잘
의 시간과 광활한 우주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개체 것 없는 것이든 그것은 우주를 품고 있는 것이고, 우주의 역
속에 응축되어 있는 이와 같은 존재의 특징에 대해 의상스님 사가 응축되어 있는 전체로 보게 된다. 여기서 존재와 법계를
은 “일즉일체다즉일 (一卽一切多卽一)”이라고 설명했다. 미세한 바라보는 광대한 문이 하나 열리는 것이다. 그 문은 우리가 일
● 고경 2017. 10. 2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