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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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관에 소장되어 있다. 20세기 초 돈황에서 다수의 고문헌이 발

                                                                               견되었을 때, 이것의 자료적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대량으로
         『불설법구경(佛說法句經)』의                                                       확보했던 이들은 중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의 탐험가들

         「번뇌즉보리품(煩惱卽菩提品)」                                                      이었다. 돈황 문헌들은 기구한 사연을 지닌 채 유럽으로 전파
                                                                               되었고, 결과적으로 오늘날 불교학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연
                                                                               구의 영역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글 : 박인석
                                                                                 『불설법구경』은 『명추회요』의 근간인 『종경록』에도 종종
                                                                               인용되지만, 『종경록』 이전에 출현했던 마조 대사의 어록에도
                                                                               인용되었고, 초기 선종의 역사서인 『역대법보기』 등에서도 인

                                                                               용되었던 만큼, 선종에서는 꽤 비중있게 다뤄진 경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이 경에 대해서는 아주 일부만 다뤄졌으므로, 여
           『명추회요』의 96권-9판(745쪽)에는 부처님의 말씀 가운데                                  기서는 이 경의 내용을 돈황본에 의거하여 전반적으로 소개
         마지막으로 『법구경 (法句經)』이 인용된다. 여기에 나오는 『법                                   해보고자 한다.
         구경』은 우리에게 친숙한 초기 불전이 아닌, 대승경전인 『불

         설법구경 (佛說法句經)』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법구경』은 부                                     돈황본 『불설법구경』의 체제와 내용
         처님께서 열반하시고 대략 삼백 년이 지난 후에 인도의 법구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돈황본 S.2021호는 앞부분이 결락되
         (法救)라는 스님에 의해 편찬된 경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모두                                    어 있어 경명을 알 수 없었지만, 일본에 소장되어 있던 이와

         39개의 품으로 엮은 것이다. 현재 이 경은 한역본과 팔리어본                                    동일한 판본과의 비교를 통해 그것의 경명이 『불설법구경』이
         이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은 「서품」을 포함하
           『명추회요』에 인용된 『불설법구경』은 대장경에서는 발견되                                     여 모두 14개의 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의 시작이 “이와
         지 않고, 돈황 문헌 가운데서 확인된다. 일본에서 나온 『대정                                    같이 들었다[聞如是].”라고 시작되고 있어서, 통상 불경이 “이
         신수대장경』 제85권은 주로 돈황 불전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에 비해

         를 보면 『불설법구경』의 두 개 판본이 모두 돈황에서 나왔다.                                    서는 보다 오래 전에 한역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경
         그 중 하나는 일본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영국의 대영박물                                      을 한역한 이의 명칭은 나타나지 않는다.



         ● 고경                                           2017. 10.                                                                40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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