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7년 10월호 Vol.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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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신수대장경』을 편찬한 이들은 이 경을 ‘의사부(疑似
部)’로 분류했는데, 이는 이 경의 유래에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음을 반영해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경이 인도에서 유
래했는지, 아니면 중국에서 찬술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
히 알 수 없다. 다만 돈황 문헌 가운데 이 경에 대한 주석서인
『법구경소(法句經疏)』(『대정장』 85권)가 전해지고 있으므로, 당
시 이 경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경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땅이 아닌 하늘 세계의 일월
궁(日月宮)의 승장전(勝藏殿)이다. 이 경의 부처님은 천상의 보
살들을 대상으로 법을 설하셨던 것이다. 또한 이 경에서 처음
으로 부처님께 청문(聽問)하는 보살은 바로 ‘불괴제법보명보살
(不壞諸法寶明菩薩)’이다. 이 보살은 과거 연등불이 계실 때 출
가하여 도를 구했는데, 당시 세존으로부터 미래에 ‘불괴제법
보명’이라는 명호(名號)의 보살이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았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를 현생의 부처님
께 여쭤보았던 것이다.
보명보살의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답변은 상당히 철학적인
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명칭에 대응하는 실질이 있는가 없
는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부처님은 명칭의
본성은 공(空)한 것이므로, 이 명칭에 대해 누군가 비방하거나
칭찬하더라도 성내거나 기뻐할 일이 아니라고 답해주신다. 왜
냐하면 명칭과 마찬가지로 비방과 칭찬의 본성 역시 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답은 다시 소리 [聲]의 본성, 내(內)·외
(外)·중간(中間)의 세 곳, 선지식이란 누구이며, 선지식이 지닌
● 고경 2017. 10. 42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