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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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매경론』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 책이 『종경록』에서 꽤 비중 있

                                                                               게 다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고, 저자나 작성된 장소를 확정
         『종경록』 97권에 나오는                                                        하기 어렵지만 신라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간주되는 『석마하

         조사들의 말씀                                                               연론(釋摩訶衍論)』을 연구하는 이들 역시 이 책이 『종경록』에
                                                                               상당히 많이 인용되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보리달마
                                                                               의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 및 제2조 혜가 선사와 관련된 짧
         글 : 박인석                                                               은 대화들 역시 주목되는데, 특히 혜가 선사의 말씀은 조선
                                                                               에서 간행된 『이입사행론』 두루마리 [長卷子]에 수록된 내용을
                                                                               대조해보는 데 있어 중요한 대조본이 된다.

                                                                                 『종경록』 94권에서 연수 선사는 조사들의 말씀 120가지를
                                                                               소개한다고 했는데,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97권에 60가지,
           『명추회요』는 『종경록』 100권을 발췌해서 간행한 책이지                                    98권에 63가지가 나오므로, 총 123가지의 말씀이 인용된다.
         만, 『종경록』 가운데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은 권 (卷)들이 있다.                                 『명추회요』에는 『종경록』 97권에 나오는 여러 조사들의 말씀
         가령 2권, 35권, 86~88권, 그리고 97권이 그렇다. 94권~100                             60가지가 모두 생략된 상태이므로,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권에 이르는 인증장(引證章)의 내용은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보고자 한다.

         부처님의 말씀이 94~96권, 조사의 말씀이 97~98권, 현성 (賢
         聖)의 말씀이 99~100권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내용을 보면                                     조사의 뜻을 펼치다
         조사의 말씀이 나오는 97권 역시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                                        연수 선사의 『종경록』을 보면, 자신의 말씀보다는 부처님이
         되지만, 『명추회요』에서는 이 권의 내용이 통째로 빠져 있다.                                    나 조사들의 언구를 훨씬 더 비중 있게 언급한다. 자신의 체
         『명추회요』를 간행한 회당조심 선사와 그 일을 실제로 도맡았                                     험에서 나온 말씀 역시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가르침이 불
         던 영원유청 선사가 어째서 이 97권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                                     교의 오랜 전통에 서 있음을 강조하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는지 의문이 들지만, 금방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같다. 연수 선사가 보는 불교는 크게 부처님이 말씀하신 경

           『종경록』은 오늘날 전하지 않는 많은 문헌들의 자취를 접                                     (經)과 선종 조사들이 격외의 도리로 설한 선(禪)의 언구(言句)
         할 수 있는 책이므로, 학술회의에 참가해 보면 이에 대해 언급                                    들로 나뉜다. 그런데 이들 말씀들은 모두 불조(佛祖)의 ‘깨달
         하는 얘기들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가령 원효 스님의 『금강삼                                    은 마음’에서 흘러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연수 선사는 늘 말



         ● 고경                                           2017. 11.                                                                42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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