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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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의 자취를 통해 그 근원을 찾아갈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는 내용은 불타는 집의 비유에 나온다. 큰 집에 불이 났지만,

         사람들의 성격이 다양한 만큼 그들의 관심사항 역시 각기 다                                      어린 자식들이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 나오지 않자, 바깥에
         르다. 그러므로 다양한 조사들의 말씀을 마치 그물처럼 던져                                      있던 아버지가 큰소리로 자식들이 좋아하는 사슴수레, 양수
         서 사람들이 그 중 어느 하나에 걸릴 수 있는 기연 (機緣)을 마                                  레, 소수레를 주겠다고 외쳤다. 이 소리를 듣고 자식들이 얼른
         련한 것으로 보인다. 『종경록』 97권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불타는 집을 빠져나왔는데, 나와 보니 바깥에는 크고 흰 소
                                                                               가 끄는 훌륭한 수레가 서 있었다는 것이 이 비유의 줄거리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미 밝혀졌으니, 조사의 뜻을 펴야                                     다. 아버지로 비유되는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작은 수레가 아
             할 것이다. 불승(佛乘)에 통달한 자는 모두 요의(了義)와                                  닌 자신이 타는 가장 훌륭한 수레를 주고자 한다는 것이 『법
             상응하니, 가령 『법화경』에서 “이 사람이 사유하고 헤아                                   화경』의 내용으로서, 이를 ‘셋을 모아 하나로 귀결시킨다[會三

             리고 말하는 것이 모두 불법이어서 진실하지 않음이 없                                     歸一]’고 한다.
             으니, 이는 또한 이전의 부처님들이 경에서 설한 바이다.”                                    『전등록』의 기록에 따르면, 연수 선사는 “어린 시절 이미
             라고 한 것과 같다.                                                       마음을 불승(佛乘)에 귀의하였고, 약관인 20세 이후에는 하
                                                                               루 한 끼만 먹으며 냄새나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법화경』을
           이는 『종경록』 94~96권의 3권에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                                   지송함에 한 번에 7줄씩 보았고 두 달 만에 이를 다 외우니,
         승의 경을 다 인용했으므로, 97권에서는 선종 조사들의 뜻을                                     경을 읽을 때 양들이 꿇어 앉아 들었다.”라고 기술된다. 연수

         소개할 차례라는 말씀이다. 인용문 중 불승(佛乘)이란 성문승                                     선사는 『법화경』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위의
         (聲聞乘)・연각승(緣覺僧)・보살승(菩薩僧)의 삼승(三乘)이 아닌,                                  인용문에서도 요의 (了義), 곧 완전한 가르침인 ‘불승’을 통달한
         오직 ‘부처님의 경계’를 강조한 말씀이다. 이는 108배 할 때 읽                                 사람이 사유하고 말하고 헤아리는 것이 모두 진실한 불법이
         는 예불대참회문 시작부분에서 “제가 이제 발심하여 예배하                                       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불승이 바로
         옴은 제 스스로 복 얻거나 천상에 나며 성문・연각・보살 지위                                     조사들이 전하고자 하는 뜻이다.
         구함 아니요. 오직 오직 최상승을 의지하옵고 아뇩다라삼보
         리심 냄이오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칠불에서 마조 대사까지

           『법화경』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다양한 비유를 들어 법을                                       오늘날 연구에 따르면, 선종의 조사 가운데 인도에서 ‘정법
         설하시는데, 불타는 집의 비유[火宅喩], 거지 아들의 비유[窮子                                   안장(正法眼藏)’을 전한 28대 조사에 대한 현재와 같은 전승은
         喩] 등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다. 삼승이 아닌 일승을 강조하                                    800년대 들어가서 비로소 정착되었다. 그러므로 그 이전의



         ● 고경                                           2017. 11.                                                                44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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