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7년 11월호 Vol.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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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보면, 조사의 명칭과 대수(代數) 등이 조금씩 차이가                                         취하거나 버릴 수 없다. 행주좌와를 모두 한결같이 곧은

         난다. 『종경록』 97권에는 현겁(賢劫)의 일곱 부처님에서부터                                        마음(直心)으로 하면 이것이 바로 정토(淨土)이다. 내 말
         논의를 시작하는데, 첫 번째가 비바시불(毘婆尸佛)이고, 일곱                                         에 의지하면 반드시 깨달을 것이다.” (『대정장』 48권, 940상)
         번째가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다. 이렇게 일곱 분의 부처님
         의 전법게를 제일 앞에 배치한 뒤, 서천의 제1조인 마하가섭                                       『종경록』 97권에 인용된 여러 조사들의 말씀은 ‘마음’을 여
         으로부터 시작하여 서천의 제28조이자 중국 선종의 제1조인                                      러 측면에서 드러내는 내용들이다. 육조 대사의 말씀 역시 마
         보리달마(菩提達磨)까지 소개한다. 보리달마 이후는 우리에게                                      음이 일체법의 근본이므로, 가고, 머물고, 앉고, 누울 때 항상
         친숙한 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회양-마조의 순서로 그                                       곧은 마음을 행하는 그 자리가 정토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들의 가르침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도신의 방계로 우두                                      보통 서방정토는 세상을 떠난 뒤 가는 곳이라거나, 아니면 지

         종의 법융 선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연수 선사의 시대에 현재                                    금 이곳에서 서쪽으로 먼 곳에 위치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아는 선종의 조통설(祖統說)이 이미 정착되었음을 알                                      육조 대사께서는 자신의 마음이 깨달음의 상태로 고양되는
         수 있다.                                                                 곳이 바로 정토라고 설하는 것이다. 선사들은 이를 유심정토
           이 가운데 우리가 잘 아는 육조 혜능 대사의 말씀을 잠깐                                     (唯心淨土)라고 칭한다. 이 유심의 도리는 저 멀리는 과거의 일
         들어보고자 한다. 이는 『종경록』과 비슷한 시대에 나온 『경덕                                    곱 부처님에게서 밝혀진 이후 중국 선종의 육조 대사, 그리고
         전등록』, 『조당집』 등에서만 나오는 말씀으로, 『육조단경』 등                                   마조 대사에까지 전해지는 가르침이므로, 이를 보다 집대성하

         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고 강조하기 위해 『심경록(心鏡錄)』으로도 불리는 연수 선사
                                                                               의 『종경록』이 등장한 것 같다.
             제6조 혜능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자신의 마음이 바로 부처이니, 여우같이 의심하
             지 말라. 마음 밖에 세울 수 있는 어떤 법도 없으니, 자기
             마음에서 온갖 종류의 법이 생긴다. 『경』에서 ‘마음이 생
             기면 갖가지 법이 생긴다.’고 했으니, 그 법은 두 가지가

             없고 그 마음 역시 그러하다. 그 길은 청정하여 여러 형
             상이 없으니, 너희들은 청정이 따로 있다고 관찰하여 그                                    박인석    _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
                                                                               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
             마음을 텅 비우려 하지 말라. 이 마음은 둘이 없으므로                                    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고경                                           2017. 11.                                                                46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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