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17년 12월호 Vol.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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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하나는 “그럴 수 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아무리 두문 송하다”는 말들. 일부 신도들은 또 “더 수도를 해야 법어를 알
불출한다 하더라도 참석했어야 했다”는 얘기. “그럴 수 있다” 아들을 것 같다”고 말해 좀 더 설득력 있고 현대 사회에 맞는
는 측의 주장은 “그동안 종단의 최고 권위이자 상징인 종정이 법어를 원하는 듯 했다.
너무 쉽게 일반에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신중파 쪽. 이 때문 또 이날 취임식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은 태고종의
에 권위가 떨어져 종단의 권위가 약화되는 경향마저 있었다 정두석 종정이 축사를 한 것. 조계종과 태고종은 일반의 기억
는 것. 또 종교지도자는 그 속성으로 보아도 어느 정도 신비 에도 생생하듯 54년 비구 대처 분규로 종단이 갈라진 뒤 계
스럽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야 하기 때문에 취임식 불 속되는 사찰과 재산 싸움으로 도저히 합해질 수 없었던 ‘물’
참은 어느 면에서 보면 불교의 권위를 찾는 데 플러스가 된다 과 ‘기름’ 사이. 그러나 놀랍게도 조계종이 15일 태고종 측에
는 풀이도 한다. 취임식 축사를 부탁한 것. 이에 정두석 종정은 축사를 하는
그러나 “참석했어야 한다”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오 것을 쾌히 받아들이고 19일 오전 축사 내용을 미리 조계종
히려 종정의 권위와 불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취임식 주 총무원에 보내 조계종 종지에 어긋남이 있는지 의견을 물어
인공인 종정이 불참한다는 것은 “어색한 것”이 아니냐는 것. 보기까지 했다고.
설령 종정 자신은 수십 년 참선과 수도에만 전념해온 선승으 축사 내용에는 “불편했던 종단 간의 사정들도 현실을 긍정
로 그 자신이 자신의 신비나 권위를 올릴 생각은 털끝만큼도 하는 차원에서 새 질서를 정립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없었겠지만 1천4백만 불교신도에게 직접 법음을 들려줘 나쁠 20일 취임식장에서 만난 정두석 종정과 이성수 총무원장
게 뭐가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더구나 현대는 대중사회로 종 은 정중히 악수를 나누며 미래의 화합을 다지는 듯했다. <임연
정이 취임식이나 불탄일 등에 직접 대중 앞에 나와 법어를 함 철 기자>
으로써 TV나 신문 등 대중매체를 통한 포교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성철 종정 법어 <전문>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모두 71자로 된 짤막한 종정법어 (別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
項)도 화제가 됐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로 법어를 끝 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
맺음하고 있는데 “무슨 뜻”이냐는 것. 이 법어를 들은 어떤 스 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대중
님은 “진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반이 알아듣기에 (時會大衆)은 알겠느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는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잘 모르겠기도 하고 “아리 불기 2525년 1월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철
● 고경 2017. 12.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