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17년 12월호 Vol.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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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살이 지니는 불퇴전의 특징이라고 알아야만 한다.” 교법을 연설하는 수행자 자신의 모습이 되었다. 관법 수행이
심화됨에 따라 부처님을 관상하는 것에서 자기 자신을 관상
여기서 보듯이 부처님을 눈앞에서 보게 되는 삼매의 상태 하는 것으로 발전한 것을 볼 수 있다. 불퇴전의 보살로서 꿈
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행할 때뿐 아니라 꿈속에서도 지속 속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관상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된 삼매
되고 있다. 불퇴전보살의 특징과 꿈, 그리고 보살마하살의 관 의 경지는 관상법의 심화 발전을 예시하고 있다.
상법을 연계한 점은 『좌선삼매경』과 『사유약요법』에 연설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염’, 즉 ‘sati’는 주의집중 작용 외에
염불삼매가 초선정에 들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 기억이라는 중요한 작용이 있다. 이 작용은 초기불교의 ‘불수
면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이는 ‘염’의 상태를 모든 의식의 상 념’에서 시작하여 아미타불을 관상하는 『반주삼매경』의 ‘반
태로 확장시킨 것으로, 바로 이 때문에 ‘일행삼매’라는 명칭을 주삼매’, 불상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좌선삼매경』의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후 선정수행법 발달사에 깊은 영 ‘염불삼매’, 그리고 대승불교 반야부 경전에서 나타난 ‘일행삼
향을 준 요소로서, 장차 살펴보게 될 중국 선종 발달사에서 매’로 발전되어온 관법 수행의 원천이다.
도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근까지 남방불교의 관점에서 이해되었
던 ‘sati’ 개념이 제한적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대승불교 선법이
“수보리여, 그리고 더 나아가 보살마하살이 비록 꿈속에 초기불교에서 이탈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
있는 상태일지라도 수백이 [모인] 집회, 수천이 [모인] 집회 는 대승불교에서 ‘삼매’의 체험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에서 수만의 구지나유타(俱脂那由他, 1000만×100만)가 [모
인] 집회의 가운데에 있어 원형의 높은 땅에 앉아서 비구
승가에 의해 둘러싸이고 보살승가의 앞에서 여래·아라
한·정등각자로서 교법을 연설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면,
수보리여, 이 또한 불퇴전의 보살마하살이 지니는 불퇴전 명법 스님 _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
의 특징이라고 알아야만 한다.” 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
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
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
이제 관상의 대상이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님에서 더 나아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
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
가 여래, 아라한, 정등각자로서 비구승가와 보살승가 앞에서 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고경 2017. 12. 2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