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7년 12월호 Vol. 56
P. 59
되살아나는 지옥 그러면 옥졸이 뜨거운 철판 위에 죄인을 눕힌 다음 쇠 갈구리
어째서 되살아나는 지옥이라고 하는가. 거기 사는 중생들 로 입을 걸어서 벌려놓고 달궈진 철환이나 쇳물을 붓는다. 입
은 손에 길고 날카로운 무쇠손톱이 자라난다. 항상 화가 나 술과 혀가 타고 목구멍에서 배까지 통과하면서 내장이 다 물
있어서 다른 중생을 보기만 해도 해칠 마음이 생겨 손톱으 크러진다. 모진 고통에 신음하고 통곡하지만 남은 죄가 끝나
로 서로 할퀸다. 손이 닿자마자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간다. 이 지 않아서 죽지는 않는다. 다시 끓는 구리 가마 지옥으로 들
젠 죽었구나 생각하는 순간 찬바람이 불어와서 가죽과 살이 어간다.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되살아나는 지옥이라고 한다. 다시 살
아난 뒤에도 서로 미움이 가시지 않아 또 트집을 잡고 싸운 끓는 구리 가마 지옥
다. 이번엔 손에 저절로 칼이 들려 있다. 서로 찍고 찌르고 가 살려달라고 구원을 청하면서 정신없이 달려 도착한 곳이
죽을 벗기고 살을 도려낸다. 몸이 부서져 땅에 떨어진다. 죽었 구리가마 지옥이다. 기다리고 있던 옥졸이 눈을 부릅뜨고 죄
다고 생각했는데 아까처럼 다시 살아난다. 이러기를 반복하면 인의 발을 잡아 가마 속에 거꾸로 내던진다. 가마솥에는 구리
서 오랫동안 죄를 받고 나서 그 지옥을 나온다. 겨우 빠져나 물이 펄펄 끓고 있다. 죄인의 몸은 물이 끓어 번지는 대로 빙
와서는 갈팡질팡 달려서 살 길을 찾는데, 그러나 전생의 죄업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제 갈 길로 간다. 다음 지옥이 기다리
는 것이다. “어서 와. 이런 맛 처음이지?” 하면서.
되살아나서 거치는 각종 지옥
차례차례 검은 모래 지옥, 끓는 똥 지옥, 쇠못 지옥, 태우고
굽는 지옥, 굶주리는 지옥, 목마른 지옥을 지난다. 그러는 동
안 검은 모래 바람에 뼈와 살이 타고 손과 발과 염통에 쇠못
이 박힌다. 맷돌에 갈려 몸이 죽탕이 되기도 하고 세찬 불구
덩이 속에서 쇠 작살에 꿰어져 세워진 채로 꼬치구이가 되기
도 한다. 지옥마다 옥졸이 있어서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
다. 나는 배가 고픕니다, 나는 목이 마릅니다, 하고 대답한다.
● 고경 2017. 12. 56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