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18년 1월호 Vo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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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마음이 대상에 몰 할을 하며, 마음을 대상으로 이끈다. ‘vicāra’는 계속 따라 움직
입하여 하나가 된 상태인 삼매를 의미한다. 『구사론』에서 선정 인다는 뜻으로, 대상을 계속해서 문지르는 특징을 가지고 함
(정려)이 심일경성, 즉 삼매이며 증상심학이다. 께 생긴 현상들을 대상과 결합하는 역할을 하고, 마음이 대상
에 계속 일어나게 한다.
“어떤 뜻에 근거하여 ‘정려’라는 명칭을 설정했는가? 이러 『대지도론』에서는 종을 칠 때 귀를 울리는 종소리를 ‘심’이라
한 선정은 적정하며, 잘 심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려란 하고, 그 뒤를 따르는 미세한 울림을 미세한 마음의 분별로서의
진실로 잘 안다는 의미로서, 이를테면 ‘마음은 선정에 들 때 ‘사’라고 비유한다. 초선정, 욕계심, 심소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참답게 할 수 있다’라고 연설한 것과 같다. 심려의 뜻 중 ‘지 이 둘이 분리되지 않지만, ‘거칠다’는 의미에서 혹은 ‘앞선다’는
(地)’라는 어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부에서는 지혜를 뜻에서 마치 종을 칠 때 마음이 처음으로 대상을 향해 돌진하
심려의 본질이라고 본다.” 는 것이 전자이고, ‘미세하다’는 뜻에서 그리고 종의 울림처럼
계속 ‘뒤따라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발생하는 것이 후자이다.
여기서 말한 ‘지 (地)’의 어근은 ‘dhi’로서, ‘사유하다’는 의미 이상으로 초기불교와 『구사론』에서 논의된 사선정을 살펴
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구사론』은 선정의 본 보았다. 삼매의 의미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기쁨이나 즐거움
질적 가치가 ‘진실한 앎’을 지향하는 지혜에 있다고 본다. 욕망 과 같은 출세간적인 즐거움 및 사제의 인식 등과 관련된 지혜
이나 집착, 선입견 등 부정적인 요소가 개입되지 않으면 사유 의 요소와 어떻게 결합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점은 다음 연
는 온전하게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선 재에서 살펴보겠다.
정이다. 『구사론』은 선정의 닦음을 통해 발생하는 사유의 긍정
명법 스님
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
네 가지 선정에서 사유의 기능인 심사를 살펴보면, 초선정 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방에서 정
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상, 불교를 강
에서는 ‘심 (vitarka)’도 있고 ‘사(vicāra)’도 있다. 『청정도론(淸淨道 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아 운영한다. 새로
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論)』에 따르면, ‘vitarka’는 ‘친다’는 뜻으로 마음을 대상으로 기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
울이는 특징을 가지고 앞을 향해 치고 뒤로 뒤집어서 치는 역 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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