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18년 1월호 Vo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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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정과 관련하여 고찰해보아야 할 첫 번째 문제는 기쁨과                                                 는 기쁨과 즐거움은 혼란스러운 감정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
           즐거움에 대한 관점이다. 8년간의 고행 끝에 고행이 해탈과 무                                                난 감정으로서, 이런 상태에서 평정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숙
           관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부처님은 유년 시절의 선정을 기                                                 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태는 잠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상

           억해낸다.                                                                             태를 지속시키려고 노력하자마자 그 순간 그것은 끝나고 만다.
                                                                                             따라서 부처님은 이 상태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경험으

                “그때 아기베사나여,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나는                                              로 전환하여 이 상태를 강화하고 변형할 수 있는 마음상태로
             아버지 사카가 (들에서) 일할 때 시원한 잠부나무 그늘에 앉                                               바꾸었다. 이것이 초선정에서 얻은 기쁨과 즐거움이 변화되어

             아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욕망을 일깨우는 대상들과 분리                                                 완전한 평정과 자각이 이루어지는 상태로 심화되는 선정의 네

             되고 해로운 속성들과 분리되어 심사와 숙고를 동반한 기                                                  단계이다.
             쁨과 즐거움의 상태인 첫 번째 선정의 상태에 도달하고 잠                                                   두 번째로 고찰해야 할 문제는 사선정으로 얻게 된 사성제
             시 동안 거기에 머물렀다. 이것이 정각으로 가는 길일 수 있                                               에 대한 인식이 해탈을 가져오는가 하는 것이다. 평정한 상태에

             을까?’ 이렇게 기억한 후 아기베사나여, 나에게 다음과 같은                                               서 사성제에 대한 인식을 얻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전적이
             앎이 생겼다. ‘이것은 정각으로 가는 길이다.’ 야기베사나여,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사성제의 인식에 의해 해탈을 얻

             나는 생각했다. ‘내가 왜 욕망을 일깨우는 대상과 아무런 관                                               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초기불교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련이 없고 해로운 속성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이 행복을 두려                                                존재한다. 틸만에 따르면, 많은 전적에서 사성제의 인식이 아니

             워해야 하는가?’ 아기베사나여, 나는 생각했다. ‘욕망을 일깨                                              라 사성제와 바른 삼매를 정점으로 하는 팔정도의 수행에 의
             우는 대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해로운 속성과 아무 관련                                                 해 해탈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없는 이 행복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잇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경량부의 논서인 『구사론(俱舍論)』은 초기불교에서

             유년시절의 기억은 세간적인 욕망에 의지하지 않는 상태, 즉                                                대승불교로 전환되는 중간단계에서 저술된 논서로서, 그 중
           욕망의 부재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과 기쁨에 대해 두                                                 「정품(定品)」은 ‘정려란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구사론』의 선정

           려워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선정 수행에서 오                                                 에 대한 논의 중 중심은 사선정으로, 이것은 ‘심일경성 (心一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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