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8년 1월호 Vo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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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성철 선사께서 펴내신 책 가운데                                                행원이 모두 최대로 발휘된 상태’라고 이해될 수 있다. 이 방법
           『무심론(無心論)』에 대해서도 보리달마가 아닌 우두법융이 지                                                 은 한편으로는 불경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
           은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한다.                                                              들 위험성을 내포하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처님이 하신

                                                                                             말씀을 모두 ‘자기 마음을 개발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게 만드

             우두종의 관심석(觀心釋)                                                                   는 장점을 지니기도 한다.
             『종경록』과 관련된 박사학위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필자에                                                    이런 관심석의 방법은 천태종의 지자 대사가 제일 먼저 활
           게 깊은 인상을 남긴 내용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용하였고, 이후 우두종의 법융 대사 역시 적극 발휘했는데, 그

           바로 우두종의 관심석 (觀心釋)이다. 『종경록』을 쓴 영명연수(永                                              런 풍모가 대략 2~300년이 지난 뒤 활동했던 연수 선사에게

           明延壽) 선사의 또 다른 작품인 『주심부(註心賦)』를 보면 다음의                                              도 깊은 감명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명추회요』의 98
           내용이 나온다.                                                                          권에 우두종 선사의 말씀이 등장하는 것에는 우두종에서 활
                                                                                             용했던 관심석의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연수

                우두종의 제1조인 법융 대사와 천태종의 지자 대사께서                                                선사가 머물렀던 항주 일대가 바로 우두종 선사들이 주로 활

             불경을 해석하실 때는 모두 관심석 (觀心釋)으로 하셨다. 이와                                              동했던 지역이었던 만큼, 이들 종파의 가르침이 항주 일대에 널
             같이 해야 조불(祖佛)의 본래 뜻에 깊이 계합하게 된다.                                                 리 퍼져 있었을 가능성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관심석이란, 불경에 나오는 다양한 문구를 문자 그대로 해                                                   몸과 마음의 실상이 부처가 됨을 본다
           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대입해서 해석하는 방법이                                                    『명추회요』 748쪽을 보면 이번에 살펴볼 우두종 불굴 선사

           다. 가령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은 내 마음과 무관한 존재                                                 의 말씀이 나온다. 이는 선사의 말씀과 그에 대한 문답으로 구
           가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속에 있던 신묘한 지혜가 극대화된                                                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살펴보자.

           상태’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원 (行願)을 상징하는 보

           현보살 역시 ‘내 마음 속의 행원이 다 발휘되어 지극하게 된 상                                                   【물음】 『경(經)』에서 “중생은 부처님과 평등하여 속박도 해
           태’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부처님은 ‘내 마음의 지혜와 자비,                                                 탈도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6도중생은 생사에 깊이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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