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8년 1월호 Vol.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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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다. 하나의 존재는 이렇게 숨음과 드러남이 비밀스럽게 동시적
으로 갖추어져 있다. 눈앞의 국화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색즉
우두종(牛頭宗)
시공(色卽是空)이고, 숨어 있는 존재들을 기준으로 하면 공즉시
색 (空卽是色)인 셈이다. 불굴(佛窟) 화상의 말씀
이런 이치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으로 확장되면 마음
이 평화로워진다. 은현문은 공덕천과 흑암녀가 함께 있음을 깨
닫게 해준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공덕천과 불행을 초래하는
글│박인석(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교수)
흑암녀는 자매지간이고 동전의 양면과 같다. 좋은 일이 있으
면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나쁜 점들도 숨어 있기 마련이다.
반면 나쁜 일이 있으면 그 이면에는 또 좋은 측면이 숨어 있기
○●○
마련이다.
『명추회요』의 98권-9판에는 “몸과 마음의 실
우리는 눈앞에 나타난 현상만 보지만 현상 너머에는 또 다
상이 부처가 됨을 본다”는 제목 아래 우두종(牛頭宗) 불굴유칙
른 특성이 비밀스럽게 숨어 있다. 이런 이치를 깨닫게 되면 역
(佛窟惟則, 751~830) 선사의 말씀이 나온다. 우두종은 우두법융
경이 닥쳤을 때 역경에 굴복당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역경
(牛頭法融, 594~657) 선사로부터 나온 선종의 한 흐름인데, 우리
을 만났지만 위기 속에 숨어 있는 기회를 포착할 줄 알기 때문
이다. 이렇게 역경의 상황에서 긍정성을 읽어내고, 긍정의 상황 나라에는 따로 전승되지 않았으므로 그간 잘 다뤄지지 않았
에서도 부정성을 읽어내는 것이 연기적 안목이며, 치우침 없는 다. 그러나 이들의 선법 (禪法)은 상당히 특별한 측면이 있으므
중도의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로, 이를 포함한 우두종 전반의 면모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우두종의 시조인 법융 선사는 19세에 이미 유가의 경전과
역사서 등에 모두 통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다.
서재영 그러다 우연히 공(空)의 도리를 설하는 『반야경』을 읽고서 곧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 장 불법에 귀의하게 되었다. 그는 모산(茅山)의 경(炅) 법사(法師)
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
를 운영하고 있다. 에 의지하여 출가한 이후 20년간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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