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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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글을 썼는지, 또 한 번 웃음이 나올 뿐이다. 光)이라 이름하였다. 오랫동안 이수(伊水)·낙수(洛水)가에 살면
그러나 맹자가 말하기를, “모든 글을 다 믿는다면 차라리 글 서 많은 서적을 널리 보았지만 매양 탄식하며 말하였다.
이 없느니만 못하다.”고 하였으니, 학자들은 과연 이 말을 거울 “공자와 노자의 가르침은 육례 (六禮)와 법도에 관한 것뿐이
삼아야 할 것이다. <혜홍각범(慧洪覺範), 『임간록(林間錄)』> 다. 요즈음 소문을 듣자니 달마 대사가 소림사에 주석한다던
데…….”
달마 조사께서 처음 소림(少林)에 오시어 9년을 면벽하면서 이내 그를 찾아가 조석으로 참례하고 물었으나 달마 스님은
차갑게 앉아 있다가 깊은 눈 속에서 혜가(慧可, 487~593) 조사 단정히 앉아 면벽 (面壁)할 뿐이어서 가르침을 들을 수 없었다.
를 만났다. 체득한 것을 감변 (勘辨)하여 증명할 때에 다만 세 이에 신광이 자신을 반성하여 말하였다.
번 절하고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으니, 이것이 어찌 많은 말 “옛사람은 도를 구하고자 뼈를 두드려 골수를 뽑고, 피를 뽑
이 오가야만 되는 것이겠는가. 요컨대 대뜸 알아차려 처음부 아 주린 사람을 구제했으며, 머리털로써 진흙을 덮어 주고, 절
터 끝까지 실끝이나 겨자씨만큼도 어김이 없어야만 한다. 있는 벽에서 몸을 던져 호랑이 먹이가 되기도 하였다. 예전에도 이처
그대로 완전하여 때려부술 수도 없고 모든 방편도 도달할 수 럼 하였는데, (그들과 비교하면) 나는 어떠한가?”
없어야 한다. 그런 뒤에 머무름 없는 근본 속에서 일체를 흘려 그해 12월 9일 밤 큰 눈이 내릴 때, 이조 스님이 섬돌 아래
내며 융통하여 걸림이 없다. 모든 행위가 다 나의 오묘한 작용 에 서서 꼼짝 않고 있으니 동이 트자 무릎 위까지 눈이 쌓였
이며,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못과 쐐기를 뽑아 주어서 그들을 다. 달마 스님은 그를 가엾게 여기고서 말하였다.
각자 편하게 해주니, 어찌 요점을 살핀 것이 아니겠느냐. “그대는 눈 속에 서서 무엇을 구하려느냐?”
<원오극근(圓悟克勤), 『원오심요(圓悟心要)』> 이조 스님은 슬피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자비로 감로문을 여시어 널리 많은 중생을 제
이조(二祖) 스님이 처음 태어났을 때 신비스러운 광채가 방 도하여 주십시오.”
안을 밝게 비추어 은하수까지 뻗쳤으며 또 하루 저녁은 신인 “모든 부처님의 오묘한 도는 광겁 (曠劫)토록 철저히 노력하여
(神人)이 나타나 이조 스님에게 “왜 여기에서 오래 머무르느냐? 얻은 것이다. 보통 사람으로는 행하기 어려운 것을 행하셨고,
그대가 도를 얻을 시기가 다가온다. 마땅히 남쪽으로 가도록 참기 힘든 것도 다 참았다. 어떻게 작은 덕과 작은 지혜, 경솔
하라.”고 했다. 이조 스님은 신인을 만났다 하여 마침내 신광(神 한 마음과 거만한 마음으로 참 진리를 바라고자 하느냐,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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