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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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것이다.” 다.” <원오극근(圓悟克勤), 『벽암록(碧巖錄)』>
이조 스님은 가르침을 듣고서 도에 향하는 마음이 더욱 간
절해져서, 가만히 예리한 칼을 들어 스스로 왼팔을 잘라 달마 달마 스님만은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을 분
스님 앞에 드리니, 달마 스님은 법기 (法器)임을 알고 마침내 그 명히 밝히도록 했을 뿐입니다. 마음이 밝아지기만 하면 마치
에게 물으셨다. 주인이 자기 집에 돌아와 마음대로 활동하듯 복잡하게 여러
“그대가 눈 속에 서서 팔을 끊은 것은 무슨 일을 하려는 것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게 되니, 모두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달
이냐?” 마 스님이 신광(神光) 스님을 가르칠 때에도 “밖으로는 모든 반
“저의 마음이 편안치 못합니다. 스님께서는 마음을 편안케 연을 끊고, 안으로는 마음의 헐떡임이 없어서 마음이 장벽과
해주십시오.” 같아야 올바른 방법을 찾은 것이다.”라고 했을 뿐, 그밖에 다른
“마음을 가져오너라. 너에게 편안을 주리라.” 말을 하셨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마음속에 깨
“마음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겠습니다.” 달은 바가 있는 사람이라면 단계를 거쳐서 언덕을 건너간다는
“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것이 달마스님의 바로 가리키는 선과 전혀 비교도 할 수 없다
그 뒤 달마 스님이 그의 이름을 혜가(慧可)라고 고쳐 주었으 는 것을 알 것입니다. <천목중봉(天目中峰), 『산방야화(山房夜話)』>
며, 그 후 삼조(三祖) 승찬(僧燦) 스님을 제접하고, 전법이 끝나
자 서주(舒州)의 완공산(皖公山)에 은거하셨다. 때마침 후주(後 마른나무에 꽃이 피니 겁(劫) 밖의 봄인데
周) 무제(武帝)가 불법을 파멸하고 승려를 배척하자 스님은 태호 산과 강은 한 조각의 흰 눈덩이다
현 (太湖縣)의 사공산(司空山)을 왕래하며 일정한 거처가 없이 십 신광(神光, 이조 혜가)이 오래 서서 마음을 편히 하였다지만
여 년을 지냈으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 아침 뼈에 스미는 추위만 하겠는가.
도선 율사의 『고승전 (高僧傳)』에 이조 스님의 사적이 실리기 <나옹혜근(懶翁慧勤), 『나옹록(懶翁錄)』>
는 했으나 자세하지 않고, 『삼조전 (三祖傳)』에 다음과 같이 기재
되어 있다.
“이조 스님은 오묘한 법을 세간에 전하지 않다가 다행히도
끝에 가서 그가 당시에 눈 위에 서 있었던 것을 참으로 깨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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