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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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 세상에서도 거친 성깔을 지닌 졸장 도선(道宣, 596~667) 율사가 이조 혜가 스님의 전기를 쓰면서,
부들도 이따금씩 자기의 팔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 “혜가 스님은 도적을 만나 팔을 잘렸지만 불법으로 마음을 다
사께서는 법을 위하여 일신을 잊고 마음가짐이 간절했는데 이 스려 조금도 아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다” 하였는데 촉승(蜀
것쯤이야 하지 못할 턱이 있었겠는가. 설령 모든 사실이 율사 僧) 신청(神淸) 스님은 그의 말을 인용하여 잘못된 글을 썼다.
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어떻게 도적이 사람을 살상하는 데 팔 나는 그 글을 읽고 언제나 허탈한 웃음을 지었으며, 또한 시비
뚝 하나만을 자르는 데 그쳤겠는가? 그리고 이미 팔이 잘렸다 를 가리는 데 어두운 도선 스님의 안목을 한탄하였다.
면 함께 사는 사람마저 이 사실을 모를 턱이 있었겠으며, 또한 앞에서 이미 담림 (曇林) 스님과 이조 혜가 스님의 전기를 함
어떻게 잘린 팔을 가지고서 다른 사람을 감싸주고 치료할 수 께 소개하였다. 담림 스님의 전기에 의하면, “담림 스님은 도적
있었겠는가? 이는 결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을 만나 팔을 잘렸는데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끝이 없
“도선 율사는 살아 있는 보살이랄 수 있는데 그가 어찌 거짓 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를 ‘팔 없는 담림 [無臂林]’이라 하였
말을 했겠는가?” 다”고 되어 있다.
“도선 율사가 전하는 『인물전』이란 도선 율사 자신이 낱낱 담림 스님과 혜가 스님은 절친한 사이로 하루는 함께 밥을
이 그들의 행적을 목격한 것이 아니라 필시 다른 사람이 채록 먹게 되었는데 혜가 스님도 한쪽 손으로 식사하는 것을 이상
한 사적에 근거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볼 때 남이 채록하는 과 하게 생각하여 그 까닭을 물으니, “나도(혜가) 한 팔이 없은 지
정에서 와전될 수 있다는 것이지 도선 율사가 선종과 율종이 오래되었다.”고 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친한 사이로서 도적을
다르다 하여 거짓을 조작한 것은 아니다. 내 말이 틀림없을 것 만나 팔을 잘렸는데도 그렇게 오랫동안 모르고 있다가 그때서
이다. 또한 확신할 수 있는 일은 확신 있게 전하고 의심스러운 야 물을 수 있겠는가?
일은 의심스러운 대로 전하자는 뜻도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 이조 스님은 불법을 구하기 위하여 팔을 잘랐기 때문에 세
다면 후세에 의견을 달리하는 자들이 함부로 뜯어 고치고서 상에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담림스님은 도적을
율사의 말을 빌려 세인의 믿음을 얻으려고 들 것이다.” 만나 잘렸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몽당 스님은 이 말을 수긍하고 이 이야기를 『전등록』에 근거 이다. 그런데 도선스님이 부질없이 이에 부화뇌동하여 선대의
하여 『고승전』에 수록하였다. <서중무온(恕中無慍), 『산암잡록(山庵雜錄)』> 성인을 거짓 모욕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저 신청이라
는 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기에 이처럼 터무니없는 말에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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