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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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사람인가?” 십시오”
그 해 12월 9일 밤에는 큰 눈이 내렸다. 신광은 뜰 가운데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편안케 해주마.”
서 있었는데, 새벽이 되자 눈이 무릎까지 쌓이니 달마 대사가 “마음을 찾아보아도 아무 곳에도 없습니다.”
가엾게 생각하여 물었다. “벌써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었다.”
“그대는 눈 속에 서서 무슨 일을 구하느냐?” 신광은 여기서 깨달았다. <사명담수(四明曇秀), 『인천보감(人天寶鑑)』>
신광은 슬픈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오직 자비로 감로문을 열어 널리 중생을 제도해 주시기 바 몽당담악(夢堂曇噩) 스님이 진(晋)·당(唐)·송(宋) 삼대의 『고
랍니다.” 승전』을 다시 편수하면서 종전의 십과(十科)를 육학(六學)으로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묘한 도는 오랜 겁을 부지런히 구해야 바꾸었다.
한다. 하기 어려운 것을 해내야 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내 그 중 ‘선학(禪學)’의 이조 혜가조사가 팔을 끊고 법을 구했다
야 하는데 그대는 어찌 작은 덕과 작은 지혜, 경망스런 마음과 는 고사가 기재되어 있는 선종의 서적은 한둘이 아니다. 그러
오만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진실된 가르침을 엿보려 하느냐?” 나 유독 도선 (道宣) 율사만은 이렇게 말했다.
이에 신광은 가만히 날카로운 칼을 꺼내서 스스로 자기 왼 “혜가 스님이 도적을 만나 팔을 잘린 것인데 함께 살았던 임
팔을 잘라 스승 앞에 갖다 놓으니 달마는 그의 근기를 알아보 (琳) 법사마저도 오히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임 법사 또
고 마침내 말하였다. 한 도적에게 팔을 잘리자 혜가 대사는 그를 감싸안고 치료했
“모든 부처님도 처음 도를 구할 때는 법을 위해 자기 몸을 는데 그의 몸 움직임이 불편한 것을 보고서 임 법사가 이상하
잊어버렸다. 너도 지금 내 앞에서 팔을 잘랐으니 그 구도심은 게 여기자 이 일로 혜가 조사는 ‘네가 어떻게 나에게도 팔이
옳구나[可].” 없다는 사실을 알았느냐’고 하였다.”
그리하여 이름을 ‘혜가(慧可)’라고 바꾸게 하였다. 몽당 스님이 이 말을 『고승전』에 인용하려고 하자, 그 당시
신광이 물었다. 나는 그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법인 (法印)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혜가 대사는 불법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깊은 눈 속에서
“모든 부처님의 법인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다.” 시체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그는 목숨도 아끼지 않았는데 더
“저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님께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 구나 한쪽 팔이겠는가? 참으로 팔을 자르는 일이란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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