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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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의 안심(安心)의 가르침

                 『능가사자기』는 제목 그대로 ‘『능가경(楞伽經)』을 전수한 스
               승과 제자에 대한 기록’을 뜻한다. 『육조단경』을 보면, 오조홍

               인 대사께서 육조에게 전한 가르침은 『금강경』이다. 훗날 육조
               가 되는 노행자(盧行者)는 저잣거리에서 ‘머무는 바 없이 그 마

               음을 내어라[應無所住而生其心]’라는 『금강경』의 문구를 듣고 구
               도의 길을 나서게 되고, 오조를 만난 뒤 다시 이 『금강경』의 가

               르침에 따라 도(道)의 눈을 뜨게 된다.
                 반면 7세기에 출현한 『능가사자기』에는 그와 전혀 다른 얘

               기가 전해진다. 즉 달마대사가 중국에 온 이후 전한 경은 『금
               강경』이 아니라 『능가경』이었다는 것이다. 『능가경』에 대한 중

               시는 중국 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의 스승이 바로 『능가경』을
 그렇다면 이 문헌이 흥미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  한역한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삼장임을 강조하는 데 이른다.

 로 이 책에서 기술된 선종 조사들의 흐름이 우리가 보통 알고   그러므로 『명추회요』에 나온 구나발타 삼장은, 『능가사자기』에
 있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의 연구에 따르면, 육조혜능   따르면, 보리달마의 스승이자 『능가경』을 한역한 구나발타라

 대사가 활동했던 7세기 중국 선종계에는 법맥을 둘러싸고 우  삼장이다.
 리가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데, 오늘날   『능가사자기』에서는 중국 선종의 계보를 (1)구나발타라-(2)

 일반적으로 수용된 『육조단경』과 다른 관점이 『능가사자기』,   보리달마-(3)혜가-(4)승찬-(5)도신-(6)홍인-(7)신수-(8)보적·
 『전법보기』, 『역대법보기』 등의 선종 역사서에 등장한다. 이 가  경현·의복·혜복으로 기술한다. 이 가운데 (2)보리달마에서 (6)

 운데 『능가사자기』는 육조혜능 대사에게 밀려 역사의 뒤안으  홍인까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조사의 계보와 일치하지만, 구
 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대통신수(大通神秀)가 전면에 등장  나발타라가 맨 앞에 있고, 홍인 다음에 신수와 보적 등이 나오

 한다.           는 것은 우리의 상식과 다르다. 선을 연구하는 이들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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