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고경 - 2018년 2월호 Vol.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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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종정이 되시고 “우리 선가에 있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                                                 변에 ‘곰새끼 상좌’가 아니라 큰곰 상좌들이 있어서 『백일법문』

           로 『임제록』은 알아야 한다.”고 하신 바라심대로 『임제록』이 널                                              상·중·하 3권을 1970년 이전에 출판하여 세상에 내놓았더라
           리 세상에 읽히고 알려졌으리라는 생각에 닿게 되었습니다. 그                                                 면 “선·교를 통해서 중도사상으로 일관되게 불교를 설명한 사

           러나 법문하시고 42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출판                                                 람은 나밖에 없다.”고 하신 큰스님의 말씀이 빈말이 아니었을
           을 하게 되니 큰스님께 너무도 죄송하고 읽어주시는 독자들에                                                  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어 학문 수준

           게도 부끄럽기 그지없는 마음입니다.                                                               을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되돌아보면 이 『임제록』 뿐만이 아닙니다. 1967년 동안거 중                                               1981년 1월에 종정이 되시고 그해 12월에, 그동안 3년여 정

           에 시작하셨던 『백일법문』도 25년이 지난 1992년 4월 30일에                                             리해 오시던 『선문정로』를 세상에 내놓으시니, 불교학계가 벌
           상·하 2권으로 출판하고, 그 뒤 22년 만에 2014년 11월 14일                                           집을 쑤신 듯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학술논쟁으로 20여 년

           에 개정증보판 상·중·하 3권을 출판함으로써, 『백일법문』도                                                 가까운 세월동안 뜨겁게 요동치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돈점
           법문하신 지 47년 만에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스님 주                                                논쟁’으로 학계가 으르렁거렸지만 그 열기가 식은 오늘의 불교

                                                                                             학계는 그때를 회상하며 “성철스님 덕분에 모처럼 뜨거운 학
                                                                                             술논쟁의 시대였고 우리들에게도 할 일이 있었다.”고 불교학자

                                                                                             들께서는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큰스님께서 시대마다 그 시대에 맞게 심혈을 기울여 발표하

                                                                                             신 법문들을 제때에 제대로 출판을 해드렸더라면 지금과는 또
                                                                                             다르게 불교 사회와 학계의 격을 높이는 더 큰 역할을 하셨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게 큰스님께서 불교 사회와 학
                                                                                             계에 끼칠 수 있었던 공적은 지금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것

                                                                                             이기에 잃어버린 세월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큰스님
                                                                                             께 거듭 면목 없고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참회를 올릴 뿐입니다.

                                                                                               마침 작년은 성철스님께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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