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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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이요 온 천지가 학인의 한쪽 눈이라. 이러한 눈으로 이러  로써 나를 위해 하늘을 덮고 땅을 덮으라.” 하였는데, 지금은

 한 경을 읽어 천만억 겁에 잠시도 끊임이 없다.” 하였는데, 만  말하기를, “하늘은 덮고 땅은 싣는다.” 하였으니, 어쩌면 이다지
 송은 이르노니 “경 읽기도 쉽지 않구나!” 하노라.   뒤바뀌었을까? 대체로 상식 [人情]에 따라서 말했기 때문일 것

 <만송행수(萬松行秀), 『종용록(從容錄)』>  이다. 상식적으로는 모두가 이르기를, “천지가 사람을 내니 이
               를 삼재 (三才)라 한다.” 하거니와, 불교에서는 반대로 사람이 천

 앞도 잊고 뒤도 잊었다 함은 『영가집(永嘉集)』의 사마타송(奢  지를 낸다고 한다. 그러기에 이르기를, “삼계가 유심 (唯心)이요
 摩他頌) 제4에 이르되 “여기서 말한 안다는 것은 앎으로써 알기  만법이 유식 (唯識)이라.” 한다. 여기에서 이것을 한 덩어리로 뭉

 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알 뿐이다. 그렇게 되면 앞쪽으로  치고 한 무더기로 만들어 “법계에 두루했으되 가[邊]와 겉이
 는 사라짐과 이어지지 않고, 뒤쪽으로는 일어남을 이끌지 않아  없다.” 한 것이다.

 서 앞뒤의 연속이 끊어지고 중간이 스스로 외로이 존재한다.”   『능엄경』에서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르시되, “너는 땅의 성품
 하였다.          을 관하라. 거친 것은 땅덩이요 가는 것은 먼지이거니와, 인허

 무진등(無盡燈, 문수좌)의 뒤의 법통은 자세치 않다. 중간에 개  진 (隣虛塵)에 이르자면 저 극미(極微), 즉 색의 변두리 모습[色邊
 봉부(開封府) 이문산(夷門山) 광지(廣智) 선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際相]을 일곱 구분으로 나누어서 이루어진 것이요, 다시 인허

 휘는 본숭(本嵩)이었으나 별다른 어록은 없고 오직 이 대목만을   진을 쪼개면 실로 허공의 성품일 뿐이다.” 하였다. 만송은 항상
 들었다. 그런데 문수좌는 이 구절이 『영가집』에서 나온 것인   『신심명 (信心銘)』에서 이른바 “극히 작으면 큰 것과 같으니 경계

 줄 모르고 본숭이 처음 창출한 것이라 했으므로 여기에서 잠  를 잊어 끊었고 극히 크면 작은 것과 같으니 가도 끝도 볼 수
 시 밝힌 바이니, 학자들은 그런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앞도   없다.” 한 것을 들었더니, 어떤 이가 묻되 “세간에서 어떤 물건

 잊고 뒤도 잊는다는 법문은 정확히 말하면 3조의 『신심명 (信心  이 가장 큽니까?” 하면, 꼭 대답하되, “진공(眞空)이니라.” 하였
 銘)』에서 이르기를, “언어의 길이 끊겨 과거・미래・현재가 아니  으니, 무슨 까닭인가? 가장 크면 작은 것과 같으니 가도 끝도

 다.” 한 데서 나온 것이다. <만송행수(萬松行秀), 『종용록(從容錄)』>  볼 수 없기 때문이요, 어떤 이가 묻되, “세간에 어떤 물건이 가
               장 작습니까?” 하면, 반드시 대답하되, “진공이니라.” 하였으니,

 암두(岩頭)가 이르되, “곧장 자기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것으  무슨 까닭인가? 극히 작으면 큰 것과 같으니 경계를 잊어 끊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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