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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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기독교적 전통에서 사물은 단순
한 피조물에 불과하다. 그런데 보잘 것 없는 사물을 통해 궁극
적 실재인 신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나와 사물, 사물과 궁
극적 실재가 둘이 아니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는 대목이다.
화엄의 눈으로 보면 테니슨의 견해는 존재에 대한 매우 탁
월한 통찰이다. 하나의 미세한 존재에도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고, 그 작은 존재를 알면 곧 법계를 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치를 깨달을 때 진리의 세계, 즉 법계연기의 세계로 들
어갈 수 있다. 그와 같은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 가지 문
가운데 여덟 번째 문이 탁사현법생해문(託事顯法生解門)이다. 이
문은 한 떨기 꽃이나 하찮은 사물을 통해 전체 우주가 드러나
있음을 깨달을 때 들어가는 문이다.
법장은 탁사현법에 대해 “제석천궁의 보배구슬 그물과 같으
므로 하나를 따르면 일체가 다함이 없기 때문에 탁사현법생해 기 꽃이 아니라 바람에 흩날리는 미세한 먼지 속에도 온 우주
문이 있다.”고 했다. 모든 존재는 인드라의 그물망처럼 서로 연 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를 따라가면 무궁무진한 전체로 연결
된다. 그래서 “하나를 따르면 [隨一] 곧바로 일체가 다함이 없다 사물에 의탁해 드러나는 진리[託事顯法]
[一切無盡]”고 했다. 하나의 존재를 따라가 그것의 실상을 알면 미세한 먼지 속에 우주가 들어 있는 것은 모든 존재는 연기
개별적 존재의 실상에 그치지 않고 온 우주의 실상을 알게 된 (緣起)라는 진리[法]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존
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고 미세한 먼지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 재는 연기적 관계를 통해 성립하고, 관계에 의지하여 존재하
기에 의상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고 했다. 한 떨 고, 관계의 작용으로 소멸해 간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존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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