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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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다. 존재의 실상을 알지 못하면 그것은 알 수 없는 비밀이지만
이법 [理]은 모든 사물의 모습을 빌어서 백일하에 드러나 있다.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테니슨은 자신의 손아귀에 있
인용한 이유
는 한 떨기 야생화를 통해 존재의 궁극인 신을 알고자 했다.
한 송이 꽃이 사물[事]이라면 신은 그 이면에 있는 이법[理]이
라고 할 수 있다. 현상을 통해 본질을 알 수 있다면 현상과 이
법은 둘이 아니다[不二]. 그래서 의상은 ‘이사명연무분별(理事冥 글│박인석(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교수)
然無分別)’이라고 했다. 본질[理]과 현상[事]이 분명하게 각자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 둘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는 것이다. 법은 사물이라는 현상에 의지하여 자신을 드러내기 ○●○
때문이다. 이런 안목이 열릴 때 우리는 모든 존재를 통해 법신 우리가 같이 읽고 있는 『명추회요』는 연수 선
을 만나게 되며, 매 순간순간 법성이 체현된 궁극의 삶을 살게 사의 『종경록』 100권을 십분의 일 분량으로 발췌한 책이다. 원
된다. 여기서 번뇌는 곧 보리가 되고, 중생 또한 부처가 된다. 래의 책을 많이 줄이긴 했어도 그 분량은 결코 적지 않다. 책
의 두께 때문에 선뜻 다가서지 못할 수도 있을 테지만, 마음을
내어 책을 조금씩 들여다보면, 그 속에 흐르는 어떤 결을 볼
수 있게 된다. 나무의 결을 따라 대패질을 하면 큰 힘을 들이
지 않고 쉽게 그것을 다듬을 수 있듯, 『명추회요』 역시 그것의
결을 따라 읽는다면 훨씬 수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명추회요』에는 어떤 결이 있을까. 이를 형식과 내
서재영 용으로 나눠서 설명해보자. 우선 형식의 관점에서 보면, 『명추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 회요』의 단락들 가운데 ‘【물음】-【답함】’의 체제로 구성된 부분
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
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주의 깊게 보면, 이
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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