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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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것이다. 다만 대답에 이어지는 ‘인용’ 부분을 보면, 연수 선

                                                                                             사께서 자신의 얘기보다 조사와 부처님의 말씀을 주로 언급하
                                                                                             는 데에는 보다 깊은 뜻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을 좀 더

                                                                                             살펴보자.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을 인용한 이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성도한 이후 설법한 기간에 대해서는

                                                                                             45년이라고도 하고 49년이라고도 하는데, 위의 인용문에서는
                                                                                             49년이라고 보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 긴 기간 동안 석가

                                                                                             모니께서 “삼세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에 한 글자도 더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능가경』을

                                                                                             보면 부처님은 이보다 더한 말씀도 하신다. 즉 “나는 정각을 얻
                                                                                             은 날부터 완전한 열반에 들 때까지 한 글자도 설하지 않았다.”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역시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는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해인사 장경각에 보관되어 있는 팔
             선사가 주로 활동했던 오월국(吳越國, 현재의 항주)은 물과 산                                              만대장경이 모두 부처님 말씀임에도 불구하고, 부처님께서 성

           이 풍부하고 사회가 안정되어 있었지만, 당시 중국의 전반적인                                                 불한 이후 한 글자도 설하지 않았다거나 한 글자도 더하지 않
           상황은 끊이지 않는 전란으로 매우 혼란했다. 게다가 중국불                                                  았다고 하신 것에 대해 많은 불교도들이 고심하였고, 이에 대

           교 전체의 명운을 위태롭게 할 만큼 큰 폐불 사건이 발생하기                                                 해 몇 가지 해석을 덧붙였는데, 여기서는 그 가운데 두 가지를
           도 하였으므로, 선사는 당시까지 전해오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잘 수습하여 그 다음 세대로 넘겨줘야 하는 큰 의무감을 갖                                                    첫째는 부처님의 깨달음은 언설로써는 도저히 드러낼 수 없
           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체험보다는 ‘조사                                                 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이는 진여 (眞如)의 경

           와 부처님의 말씀’에 의거하여 불법을 전하는 것이 더 절실했                                                 계는 언어와 문자로 다가설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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