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8년 3월호 Vol.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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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에 이어 ‘【인용】’이 상당히 길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물음】 위의 해석과 인용한 증거들은 모두 부처님과 조사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이 갖는 형식적인 결은 하나의 질문과 그  의 말씀들이다. 어째서 자신의 말은 하지 않는가?
 에 대한 대답,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론

 의 인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인용’  선 (禪)의 전통에서 보면, 부처님과 같이 훌륭한 분의 말씀이
 의 분량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체 책의 부피 역시 상당  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이

 해졌다. 다음으로 내용의 관점에서 보면, 『명추회요』에 담긴 다  상 곧장 배격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유분방하고 호탕하
 양한 주제들이 대부분 ‘마음’을 둘러싼 채 전개되고 있다는 점  게 자신의 얘기를 해보라는 것이 묻는 사람의 의도일 것이다.

 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명추회요』의 내용적인 결은 ‘마음’이  이에 대해 연수 선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 뒤, 그에 대한 근거
 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물음】-【답함】-【인용】’이라는 형식의   를 제시한다.

 결과 ‘마음’이라는 내용의 결을 붙잡고 있으면, 『명추회요』의
 까다로운 대목들을 만나더라도 그리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답함】 만약 내가 나의 말을 한다면 모든 것에 망연자실

                   할 것이니, 나루터를 잃고 헤매인들 어찌 물어볼 곳이 있
 어째서 자신의 말은 하지 않는가?  겠는가? 조사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시설한 것도 모두 중생

 이번에 읽어볼 『명추회요』의 내용(768쪽)은 바로 이 책의 형  의 뜻과 말에 따르고 시절 인연에 맞추었을 뿐이다.
 식적인 결 가운데서도 ‘인용’에 대한 것이다. 인용이란 말 그  【인용】 이런 까닭에 세존께서는 “3세 (世) 모든 부처님께서

 대로 자신이 아닌 남의 말을 끌어오는 것이다. 『명추회요』에  말씀하신 법에 나는 49년 동안 한 글자도 더하지 않았다.”
 는 부처님의 말씀인 경 (經), 현인의 말씀인 논(論), 그리고 조사  고 하셨다.

 의 말씀인 어록(語錄) 등 다양한 문헌의 말씀들이 대량으로 인
 용된다. 그러므로 연수 선사가 자기의 말보다 부처님과 조사  인용문에 나오는 망연자실에서 망연 (茫然)이란 막막하거나

 의 말씀을 많이 인용하는 것에 대해 당시 의구심을 가졌던 사  막연한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말만
 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은   한다면 객관적인 기준이 사라져서 막막하니 기댈 곳이 없어져

 물음을 던졌다.      버린다는 말씀이다. 선사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데에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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