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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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모든 법의 실상을 깨닫게 된다. [……] 또 다시 모든 선정 가 같이 법 (dharma)의 공통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즉 법이 실
운데서 이 세 가지 법이 없으면 삼매라 하지 못하거니와 [……] 제로 있고 그것의 공통된 특징인 공·무아·무상 등의 16행상
도리어 물러나서 생사에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삼삼매 이 있을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제법의 공
가 없이는 생사의 윤회와 의혹에서 벗어나 실상을 깨닫는 것이 성을 주장하는 대승불교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개념이다.
불가능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수행 중 발생하는 문제는, 공과 같은 행상에 의
『소품반야바라밀다경』 제7권 제18 「항가제바품(恒伽提婆品)」 해 대치해야 할 번뇌가 마음속에 항시 있으며 그것을 제거해
에서는 삼삼매해탈문 중 공삼매는 중생상(衆生相)을, 무상삼 야 열반에 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번뇌가 연기하는 것이라면
매는 아상(我相)을, 그리고 무작삼매는 범부의 네 가지 전도상 마음속에 존재하는 번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常·樂·我·淨)을 끊고 터득하는 선정의 경계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번뇌를 제거하고 그렇게 해서 깨달음에 들
대승의 삼해탈문은 고제 등의 네 법 모두 연에서 발생하기 때 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념에 불과하다. 그것은 오히
문에 허망하며 실체가 없으며 자성이 있지 않다고 본다. 그러 려 수행에 장애가 되는 것이고 깨달음을 저해할 뿐이다.
므로 이 선정의 단계에서 일어나는 공과 같은 마음의 행상을 대승불교 수행관에 따르면, 아비달마처럼 현상세계 이면에
궁극적 진리의 세계로 받아들이지 않고 방편이라고 보아야 하 이를 존재하게 하는 법이 있으며 그 법의 특성에 의해 지혜의
며, 공 또한 방편이므로 선정의 경계에 들어도 결코 실제를 증 측면으로 사제를 관찰하고 이에 의해 번뇌가 제어되어 완전히
득하지 않고 경계에 매이지도 않을 것을 권고한다. 『대지도론』 소멸하는 평정의 선정상태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깨달음
제94권에 “사제가 평등하면 이것이 곧 열반이니 고제의 소멸이 과 무관하다. 오히려 ‘진리로서의 사제’와 ‘사제를 관찰하는 공
나 도제의 소멸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과 같은 행상’과 ‘제거해야 할 번뇌’가 실제로 있지 않으므로
아비달마의 삼해탈문에 대한 대승불교의 비판적 관점은 다 그것들은 공하여 유동적인 것이며 임시로 세워진 가변적인 것
음과 같다. 사제 (四諦)는 연기에 의해 발생하고 소멸하므로 그 이라 직시해야 한다.
것을 대상화하여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상화된
것은 우리가 추론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또한 사제를 관찰 아비달마적 시각에서 삼해탈문은 출세간을 위한 무루(無漏)
하기 위해 마음속에 떠올리는 공과 같은 행상은 무아·무상과 의 선정이고 사제를 대상으로 하며 이 선정법에 의해 얻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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