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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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다시 보기

               하건대 능의인 시간도 또한 그러하다.”고 했다. 짧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첫째 존재를 의미하는 법 (法)은 ‘소
 존재와 시간 그리고    의 (所依)’라는 것이며, 둘째 시간은 ‘능의(能依)’라는 것이며, 셋째


 마음            소의인 법이 원융하므로 능의인 시간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소의와 능의는 존재와 시간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소의란

               ‘의지처 (依止處)’ 또는 ‘근거(根據)’라는 뜻이다. 무엇의 근거가 되
 글│서재영(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고, 의지처가 되는 것이 소의이다. 이와 반대의 개념은 ‘능의’인

               데 ‘무엇에 의지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대지에 뿌리
               를 내리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했을 때 나무는 대지

 ○●○           에 의존해 있으므로 능의가 되고, 대지는 나무의 의지처가 되
               므로 소의가 된다.

 화엄에서 보는 시간      법장은 존재들의 상호관계성을 밝히는 여덟 개의 십현문을
 모든 존재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소의라고 분류했다. 이 말은 존재들은 시간의 근거가 되는 의

 생성하고, 머물고, 흩어지는 변화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공(空)  지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모든 존재는 시간이 기대는 의지
 으로 흩어진다. 시간은 존재의 변화과정이므로 존재를 구성하  처가 되므로 소의가 되고, 반대로 시간은 존재에 의탁해 있으

 는 또 다른 축이기도 하다. 그런데 존재의 실상을 설명하는 화  므로 능의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의인 존재 [法]가 원융무
 엄 십현문의 내용은 모두 존재의 관계성에만 초점이 모여 있  애하게 상호 소통하므로 능의인 시간도 역시 그와 같이 상호

 다. 그렇다면 십현문에는 시간에 대한 설명은 없는 것일까? 이  소통한다는 것이다. 존재가 상즉상입 (相卽相入)하듯이 시간 역
 에 대한 해답이 아홉 번째 문에 해당하는 십세격법이성문(十世  시 그와 같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隔法異成門)이다.       우리는 보통 시간의 강물 위에 존재가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법장(法藏)은 “이상의 여덟 가지 문이 모두 소의(所依)이니, 소  시간이라는 절대불변의 질서가 있고, 존재는 그런 시간의 강물

 의인 법 (法)이 이미 원융(圓融)하므로 다음에 능의(能依)를 분별  위에 탄생하여 그 강을 따라 흘러간다는 생각이다. ‘시간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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