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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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열반이라 생각하지만, 반야경에서는 이것들은 단지 언                                                     안에 머물러서 중생을 교화하고 부처님 세계를 청정하게

           어개념의 실체화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언어개념이란 결국 임                                                     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진리를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의적인 사회적 합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실제                                                    또 보살은 삼해탈문에 머물러서 사제 (四諦)를 관찰하여 이

           적인 대상을 갖지 못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승불교의 삼해탈                                                     성문과 벽지불의 지위를 알고서 곧장 사제를 지나 하나의
           문는 선정수행의 결과로 나타나는 선정의 경계를 실재의 세계                                                     진리 [一諦]에 들어가나니, 이른바 모든 법은 발생하지도 않

           로 보지 않고 항시 매 순간 연기하는 사태로 간주하고 조망하                                                    고 소멸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으며 오
           라고 주장한다. 『대지도론』 제36권에서는 다음과 같이 수행할                                                   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것을 이야기한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대승불교의 삼해탈문은 세간과 출

              문) 삼해탈문에 들게 되면 곧 열반에 이른 것인데 이제 어                                               세간을 아우르는 선정이며 모든 법의 실상을 대상으로 하며
              찌하여 공·무상·무작으로써 성문과 벽지불의 지위를 지날                                                 이 선정법에 의해 얻어지는 경계를 열반이라 보지 않고 그 역

              수 있다고 하시는가?                                                                    시 공한 것이라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성을 연기적인 시각
              답) 방편의 힘이 없기 때문에 삼해탈문에 들어가면 곧장 열                                               에서 보지 않는 한 올바른 삼매의 상태에 들 수 없으며 깨달음

              반을 취하는 것이다. 만일 방편의 힘이 있다면 삼해탈문에                                                에도 도달할 수 없다. 이처럼 모든 법이 불생불멸의 이치임을
              머물러서 열반을 보아도 자비의 마음 때문에 능히 마음을                                                 알고 무생법인 (無生法忍)을 얻는 것이 진정한 대승보살의 삼해

              바꾸어 도로 일으키나니 [……] 이 보살은 비록 열반을 본                                               탈문이다.
              다 하더라도 머무르지 않고 곧장 지나가 다시금 큰일을 기
                                                                                             명법 스님
              약하나니 이른바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그것이다. “지금은
                                                                                             —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
              바로 (지혜에 의해) 살필 때이지 바로 증득할 때가 아니다.”라                                            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방에서 정
                                                                                             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상, 불교를 강
              고 이와 같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만일 이 두 지위를 지                                              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아 운영한다. 새로
                                                                                             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나면 모든 법이 생겨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음을 알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
              되니, 바로 그것이 아비발치의 지위이다. 아비발치의 지위                                                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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