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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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를 초월해 있다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절대 시간의 통합성과 개별성
적 길이로 다가올 것이다. 뉴턴 같은 물리학자도 “절대시간은 시간에 대한 일반적 관점은,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로 흘러
외부의 그 어떤 것과 상관없이 그것 자체로 흐른다.”고 보았다. 가는 단일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십현문의 아홉 번째
시간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균일하게 흘러가는 어떤 실체로 이 문인 ‘십세격법이성문(十世隔法異成門)’에 따르면 시간은 과거·현
해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물리적 변화를 측정한 것이기에 재·미래의 확장인 십세라는 열 가지 독립적 층위를 이루고 있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이렇게 시간은 존재에 의존해 있는 상 다. 여기서 ‘십세 (十世)’란 열 단계의 시간적 층위를 말하는데,
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시간에는 기본적으로 과거·현재·미래라는 ‘삼세 (三世)’라는 층
상대성이론이다. 위가 있다. 그런데 어제라는 과거의 시점에도 과거·현재·미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운동에 따라 속도가 달라 라는 삼세가 있고, 현재의 시점에도 과거·현재·미래라는 삼세
진다고 한다. 움직이는 사람의 시계가 가만히 있는 사람의 시 가 있다. 이와 같은 삼세의 범주는 내일이 되어도 여전히 과거·
계보다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운동 기간을 몇 천 년으로 하고, 현재·미래라는 삼세가 존재한다. 이렇게 아홉 개의 층위로 확
운동 속도를 빛의 속도로 하면 확연히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 장되는 시간을 ‘구세 (九世)’라고 한다.
이다. 또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클수록 시간은 느리 그런데 과거·현재·미래를 토대로 하는 아홉 개의 시간적 층
게 흐른다고 한다. 저지대에 있는 사람과 고지대에 있는 사람 위는 관찰자라는 기준이 설정되어야 성립한다. 관찰자는 과거·
을 비교했을 때 중력이 큰 저지대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 더 느 현재·미래를 구분 짓는 기준이며, 모든 시간을 수렴하고 확산
리게 간다는 것이다. 하는 중심이 된다. 관찰자의 마음에 따라 시간은 과거·현재·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주비행사 쿠퍼가 중력이 큰 별에 미래가 순차적으로 흐르기도 하고, 거꾸로 현재에서 과거로 흐
갔다가 지구로 귀환했을 때 자신의 딸이 할머니가 되어 있었 르기도 하고, 억겁의 시간이 찰나의 순간으로 수렴되기도 한
던 것도 이런 이치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다. 그와 같은 관찰자의 기준을 법장은 ‘한 생각’ 즉 ‘일념 (一念)’
시간은 절대적 실체가 아니라 운동과 중력과 같은 존재의 특 이라고 했다.
성에 따라 변화되는 상대적인 것이다. 이는 시간이 존재에 의 시간의 이와 같은 특성을 더욱 잘 정리한 것은 신라의 의상
존해 있다는 화엄의 시간관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대사라고 할 수 있다. 대사는 ‘무량원겁즉일념 (無量遠劫卽一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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