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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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람의 부류에 대해 ‘도(道)를 흠모하는 이들’이라고 미리 밝혀두
었다. 도는 다름 아닌 길이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가 나
『종경록』의 이익 오기 때문에, 길은 수단과 목적을 함께 드러내는 말로 사용된
다. 산 속에 난 토끼 길을 따라가면 굴속에 있는 토끼를 잡을
수 있듯, 부처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최종 목
글│박인석(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교수) 적지인 해탈 열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
님의 길을 흠모하는 이들에게 『종경록』은 분명히 이익을 준다
는 것이 이 책의 결론적인 내용이다. 다만 연수 선사는 『종경
○●○ 록』의 이익을 말하기에 앞서 몇 가지 문답을 더 펼쳐놓고 있는
『명추회요』 100권-9판은 ‘『종경록』의 이익’이라 데, 이를 먼저 살펴보자.
는 제목 아래 시작된다. 100권의 『종경록』을 요약한 『명추회
요』 역시 제일 마지막 권에 이르렀으니, 이 책을 다 읽으면 어 진흙 소가 물 위로 간다
떤 이익이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따져보는 것 같다. 그런데 제 연수 선사는 선사로서는 매우 드물게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목에 나온 이익이라는 말에 필자의 마음이 잠시 솔깃해지는 이는 그가 짊어진 시대적 사명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불
것을 보면, 이 단어에 잠재된 힘의 무게가 보통이 아님을 느끼 법을 후대에 온전히 전해야 했기 때문에 온갖 수고로움을 무
게 된다. 불경에 따르면, 우리는 욕계 (欲界)에 살고 있다. 욕계란 릅쓰면서도 『종경록』과 같은 긴 책을 펴냈던 것이다. 선사는
욕심에 묶인 세계로서, 욕심에 사로잡혀 뭔가를 간절히 구하 매우 친절한 분이어서 가급적 부처님과 조사들이 남긴 말씀을
는 중생들이 사는 장이다. 이 세계 사람들은 이익이 없으면 좀 통해 불법의 대의를 드러내고자 하지만, 어떤 경우는 선의 전
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아마 사람들의 이런 마음 상태를 통에 입각하여 말과 생각의 길을 딱 막아버리기도 한다. 『종경
고려해서 『종경록』을 읽을 때 생기는 이익을 마지막에 다시 한 록』의 이익을 언급하는 『명추회요』 100권의 내용을 보면 짧은
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답과 게송이 연이어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연수
그런데 이 책에는 『종경록』을 읽고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 선사가 장치해둔 일종의 관문(關門)인 셈이다. 771쪽에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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