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8년 4월호 Vol.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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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살펴보자.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것이다. 선사는 “그럴 만한 것
이 없다”고 짧게 답하였다. 그러나 묻는 사람은 여전히 납득이
【물음】 필경에는 어떠한가?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계속해서 그간 배운 것을 통달한
【답함】 필경이랄 것도 없다.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실천해야 할지를 묻는다. 이에 대해
… 서도 선사는 “누구에게 실천하라고 하는가?”라고 되묻고 있다.
【물음】 이것으로 밝게 통달한 후에는 어떻게 실천해야 깊은 강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처럼, 이치에 통한 이들은 ‘나’
하는가? 라는 자취 역시 털어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묻는 자는 마치
【답함】 누구에게 실천하라고 하는가? 얕은 개울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듯 여전히 ‘나’에 사로잡혀 있
【물음】 단멸에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는 모습을 보인다. 실천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는 단멸
【답함】 오히려 상주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단멸하겠는가. (斷滅)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이에
【물음】 최후의 한 말씀을 청하노라. 대해 선사는 자신의 입장이 상주(常住)와 단멸(斷滅)의 두 극단
【답함】 허깨비가 환사(幻士)에게 묻고 을 떠나 있음을 다시 부각시킨다. 아마 이런 질문은 끝도 없이
골짜기의 메아리가 샘물 소리에 답한다. 이어질 수 있을 테지만, 이쯤 해서 묻는 사람도 진짜로 ‘최후의
나의 종지를 통달하고자 하는가. 한 말씀’을 청하는 것으로 자신의 물음을 마무리하고 있다. 선
진흙 소가 물 위로 가는구나. 사 역시 구구절절하게 말씀하는 대신, 게송 하나를 들 뿐이다.
게송의 전반부에 나오는 허깨비나 환사(幻士) 모두 실체가
위와 같이 신속하게 이어지는 문답을 보면, 질문하는 사람에 없는 존재를 가리키고, 골짜기의 메아리 역시 샘물 소리에 응
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잔뜩 있음이 느껴진다. 100권 해서 소리를 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후반부에서
의 분량 동안 계속 묻고 답을 들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뭔 선사는 자신의 종지를 통달하고자 하려는 이들에게 다음과
가가 있는 것이다. 같은 하나의 관문을 펼쳤다. “진흙 소가 물 위로 가는구나.” 생
처음의 물음에 나온 ‘필경’이란 가장 궁극적인 것을 가리킨 각의 길도 막히고 말의 길도 막힌 이 관문을 어떻게 통과할 것
다. 이는 100권 마지막에 이른 상태에서 ‘가장 궁극적인 것이 인가? 꽉 막힌 데서 활로(活路)를 모색해 보라는 데 선사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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