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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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크게 주목받았던 인물은 아니다. 오늘날로부터 시작해서   철 스님이 보시기에 선종의 견성 (見性)은 곧장 성불(成佛)하는

 거꾸로 돌아본다면, 연수 선사에 대한 현대 한국불교의 관심  것이므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을 선종 조사들의 글에서
 은 성철 스님에게서 시작된다. 1981년에 나온 『선문정로(禪門正  찾으셨던 것인데, 그 내용이 『종경록』 「표종장」에 나와 있었던

 路)』의 첫 구절에서부터 성철 스님은 『종경록』 제1권 「표종장」  것이다.
 의 문구를 제시한 뒤, 『종경록』이 선종사에서 지닌 가치를 극  그간 필자는 위 문구에서 견성과 무심이라는 용어가 나오

 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종경록』을 촬요한 『명추회요』가 한글  는 것에만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새삼 “약과 병이 전
 로 번역된 것도 다 스님께서 연수 선사에게 큰 관심을 두고 있  부 소멸되고 교와 관을 다 휴식하느니라.”는 구절 역시 새롭게

 었기 때문이다.      보인다. 성철 스님께서는 이 문구에서 돈오돈수의 의미를 보셨
 필자가 『명추회요』를 소재로 연재를 하게 되면서 제일 궁금  던 것은 아닐까. 즉 『종경록』의 짧은 구절 속에 스님께서 중시

 했던 점 중의 하나 역시 성철 스님께서 『선문정로』를 쓰실 때,   하셨던 견성, 무심, 그리고 돈오돈수가 다 들어있다고 볼 수 있
 『종경록』을 다 보고 쓰신 것인지 아니면 『명추회요』를 참조하  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필자에게 문득 떠오른 것이다. 돈오돈

 셨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실제 백련암에 소장된 책들을 확인  수에서 돈오란 그 깨달음이 바로 부처님과 같은 것이어서 더
 해본 결과 성철 스님께서 직접 『종경록』을 읽어보신 다음 그   이상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므로, 이론적인 교

 내용을 추려내셨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런 과정에서   (敎)와 실천적인 관(觀)이 모두 다 그 역할을 그치는 상태이기
 성철 스님께서 파악하신 『종경록』의 위상과 내용 등에 대해서  때문이다. 비록 『종경록』 「표종장」에 돈오라는 용어가 등장하

 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 않더라도, 내용적으로는 분명 돈오돈수의 맥락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종경록』과 견성, 무심, 그리고 돈오돈수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다
 성철 스님께서 쓰신 『선문정로』 제1장인 ‘견성즉불(見性卽佛)’  름이 아니라 『종경록』이라는 방대한 책 속에는 돈오돈수라는

 은 바로 연수 선사의 『종경록』의 문구, 즉 “견성 (見性)을 하면   말씀이 분명히 나오지만, 그와 동시에 돈오점수에 대해서도 언
 즉시에 구경무심경 (究竟無心境)이 현전하여 약과 병이 전부 소  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

 멸되고 교와 관을 다 휴식하느니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성  에서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로 대두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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