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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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폭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다. 아픔이 남아서 후일을 도모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옮겨가지
생식기가 몸의 바깥으로 달린 덕분에 땀을 흘리고 눈을 흘기 않도록.
고 죄도 짓는다. 어쩌면 남자 구실을 못 하게 될 때가, 참된 인간
으로 거듭나는 순간일 수 있겠다. 욕정이나 독선과 붙어먹지 않 불교신문 편집국장이었던 어느 승려가 입적을 앞둔 춘성창
은 사랑이 어디 있는가. 그에게는 사랑과 관련한 세금이 날아오 림 (春城昌林, 1891~1977)과 병상 인터뷰를 했다.
지 않는다. 고자(鼓子)여. 거의 완성된 성자(聖者)여. = 죽어가는 사람에게 용돈을 뜯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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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서 나를 한 대 치고 갔다. “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사리가 나올까요, 안 나올까요?”
아프다고 끙끙대는데, 여름이었다. = 잘 살았습니까 못 살았습니까?
#9. 춘성의 사리 “필요 없다. 필요 없어.”
= 잘 살았든 못 살았든, 저승 가서 구슬치기할 일 있겠느냐.
고기도 자주 먹어본 자가 그 맛을 알듯, 아픔도 많이 당해
본 자가 그 맛을 안다. 쓴맛이 사는 맛임을 알면, 단맛이 오래 “사리가 안 나오면 신도 분들이 실망하실 텐데, 걱정되지
갈 맛이 아님을 안다. 느리게 걸으면 넘어질 확률이 낮아진다. 않으셔요?”
또한 고기를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쌓이듯이, 아픔도 당하면 = 남은 이들의 귀감이 되어주소서.
당할수록 힘이 쌓인다. 복수의 덧없음이 보이고 남의 아픔이
남들보다 빨리 보인다. “야 이 ○○놈아! 신도 위해 사냐?”
한편으론 매끼마다 먹으면 물리는 것이 고기다. 아픔도 매순 = 남은 이들의 안주가 되게 할 셈이냐.
간 오는 것은 아니다. ‘주5일제’ 사회이고, 부엉이도 언젠가는
잠든다. 가끔씩 고기 먹는 셈 치고, 아픔을 수용할 일이다. 그 다비(茶毘)는 불교의 고유한 장례의식이다. 시신을 장작더미
리고 이왕 아플 것이라면, 죽을힘을 다해 아파하는 것이 좋겠 에 속에 넣고 불태운다. 입적한 스님들의 몸을 다비하면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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