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8년 5월호 Vol.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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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마음을 붙잡아 내 안에 가두고 싶다.   아기의 손을 잡고 있다. 그 누군가를 세상으로 밀어낸 여자도 어

               머니란 이름으로 무리 안에 끼어 있다. 어린이는 빨리 집에 가자
 어느 해 부처님오신날에 서울 조계사 주지였던 활산성수(活  며 울고 늙은이는 빨리 새집에 가자며 운다. 모두의 감탄을 자
 山性壽, 1923~2012)가 법상에 올랐다. “네 가지 중한 죄를   아내는 집은 그러나 정작 아무도 들어가 살 수는 없는 집이다.

 저지른 자의 생일날이 무슨 축하할 일이라고 만 명씩이나 모  관음(觀淫)의 인파로 붐비는 모델하우스는 난파선 같다. 다들 떠

 였는가. 왕자로서 나라를 내팽개친 역적, 부모의 뜻을 어기  내려가지 않으려고 식구들 한둘쯤은 단단히 붙잡고 있다.
 고 집을 나간 불효자, 백년해로를 약속해놓고 야반도주를   집은 가장(家長)에게 재산이기도 하고 쉼터이기도 하고 책임
 해버린 무책임한 남편, 아들을 애비 없는 자식으로 만든 비  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을 벌어먹이려면, 사랑하지 않는 이

 정한 아버지가 바로 석가모니다.”   들에게서 자꾸 빼앗아 와야 한다. 행복의 시작이 가족이라지만,

 = 그 작은 고추 하나 때문에….   그들만의 행복이다. 오늘도 돈 때문에 부당하게 대하고 말했다.
               구두 발밑에 묻은 진흙처럼 업장(業障)이 불쾌하다. 그래도 더럽
 생경하고 불경스런 법문에 좌중이 웅성거리자 성수가 한마  고 치사한 일을 많이 저질렀을수록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디 붙였다.        편하다. 뭔가 ‘한껀’ 한 것 같고, 미안하지만 밥값을 한 것 같다.

 = 지구의 평화가 깨지고 여자들은 운다.    ‘봉양’과 ‘외조’와 ‘양육’은 자본의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미희(美
               姬)들 같다.
 “제가 차린 밥을 먹고도 남에게서 욕을 먹는 자들이 부지기  아무리 가장이라지만, 그래도 사람은 사람이다. 집요하게 비

 수인데, 중죄를 저질러놓고 무려 3000년 동안 세상의 존  비고 속이면서 뜯어내다보면, 죄책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니

 경을 받는 재주를 그대들은 알겠는가.”  까 부처님 같은 사람이 존경받는 것이다. 부처님처럼 집 없는 자
 = 32상(相) 80종호(種好)에서 보듯, 부처님에겐 그게 없었다.  는 맨몸으로 집이 되어야 한다. 집과 집안과 집집마다 만들어내

               는 온갖 허물로부터 물러난 대가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고 아무
 집 한 칸 장만하고 싶은 마음이 모델하우스를 구경한다. 누군  도 사랑해주지 않는 고독은 비참하지만 한편으로 정결하다. 적

 가는 여자의 손을 잡고 있고, 누군가는 그 여자가 부과(附過)한   어도 자기만 벌어 먹이면 되는 까닭이다. 혼자서 먹는 밥은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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