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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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 이야기 1
친은 『유식20론』을 지었고, 현장은 이것을 한역하였다. 현장이 번역해 소
유식무경(唯識無境)에서 ‘무경’의 의미 개한 세친의 『유식20론』 중에서 제15송과 제16송은 다음과 같다 :
정은해 │ 성균관대 초빙교수·철학 “1) 현재적 지각이라고 해도 꿈 등과 같다. 2) 이미 현재적 지각을 일으
켰을 때라고 하면 3) 봄과 경계는 이미 없다. 4) 어찌 현량(現量)이 있다
고 인정하겠는가. 5) 앞에서 말한 것 같이 흡사 경계인 듯한 식이 있어,
불교에서 기본적 물음들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일 수 있다 : 어떻 6) 이것으로부터 기억이 생겨난다. 7) 아직 깨어나지 않은 때는 알 수
게 번뇌를 떠날 수 있는가, 어떻게 마음대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 없는 점이, 8) 꿈에서 본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음은 마음의 컨트롤 방안에 관한 물음이다. 이 물음은 붓다 이전의 물
음이었고, 붓다의 물음이었고, 붓다 이후 오늘의 물음이기도 하다. 답안들 이 게송은 다름과 같이 풀어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현재적 지
은 이미 많이 제시되었지만, 새로운 물음들도 다시 제기되었으니, 그 답안 각’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외부 경계가 없는 꿈과 같다. 2) 왜냐하면 ‘현재
들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유식불교는 마음의 컨 적 지각’에 대해 우리가 (반성적으로 분별하면서) 말하는 순간에 말해지는 것
트롤을 돕기 위해 마음의 구조나 상태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고, 그 논의들 은 이미 지나간 ‘현재적 지각’일 뿐이고, 3) ‘현재적 지각’을 성립시켰던 안
은 다양한 논서에서 소개되고 있다. 식과 색경 (色境)도 이미 사라져서 없기 때문이다. 4) 사후에 반성적으로 분
필자는 저러한 물음들을 염두에 두면서 “유식무경”에서의 ‘무경’의 의미 별되는 ‘현재적 지각’을 어찌 현량(현재적 지각)이라고 말하겠는가? 5) (반론:
를 논서를 참고삼아 살펴보려 한다. 무경의 의미를 찾음에 있어서 우선 다 사후적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전에 지각될 때의 경계는 실제로 있었다.) 이전
음과 같은 물음이 유용할 수도 있다. 1) 무경은 경계의 공무(空無, 아무 것도 에 지각된 경계라는 것도 이미 제6의식이 전5식을 반성하면서 흡사 대상
없음)를 말하는가, 2) 아니면 경계의 무-자성을 의미하는가, 3) 아니면 경 인 듯이 분별하였던 것에 불과하다. 6) 반성하면서 흡사 대상인 듯이 분별
계의 무-변계소집성을 의미하는가? 첫째 물음은 꿈의 비유를 들을 때 주 하여 저장해 두었던 것으로부터 기억이 생겨나므로, 기억되는 경계도 반
로 떠오르는 물음이고, 둘째 물음은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들을 때 주로 성적 분별 이전의 경계가 아니고, 따라서 실제로 있던 경계라고 할 수 없
떠오르는 물음이고, 셋째 물음은 유식수행론을 들을 때 주로 떠오르는 물 다. 7) (반론: 만약 꿈속의 경계와 꿈에서 깼을 때의 경계가 모두 실제가 아니라면, 꿈
음이다. 이 셋 중의 어느 것이 무경의 의미일까? 에서 깬 사람이 꿈속의 경계가 실제가 아님을 아는 것 같이, 꿈에서 깨어 있는 사람은
유식불교의 창시자 중의 한 분인 세친은 꿈의 비유를 들어 무경을 설명 현재의 경계도 실제가 아니라고 알아야만 할 것이다.)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하고 있는데, 그 설명은 경계의 공무를 말하는 듯이 여겨지기도 한다. 세 때는 꿈속의 경계가 실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가 없듯이, 8) 허망분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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