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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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해설 62
26)
는 “조론운(肇論云): ‘(강산수요)江山雖繞, (도계즉린)道契卽隣’.” 으로 되어
있다. 게다가 의천이 1090년 편찬한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 시스템적 사고와 육상원융
(3권, 1,010부 4,857권 수록) 권제3에 정원이 편찬한 세 권의 『조론』 주석서
27)
이름이 나란히 기재돼 있다. 『삼국유사』·『대각국사문집』·『대각국사외 서재영 │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집』·『신편제종교장총록』 등에 『조론』과 관련된 기록이 있다는 점에서 신
라시대 이래 해동의 불교인들도 이 책을 적지 않게 읽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조론』을 제대로 정확하게 읽어야 할 필요성과 중요성이 더욱 시스템적 사고(思考)
커진 셈이다.
현대문명은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지만 그 대가로 심각한 환경위기를 초
래했다. 관점에 따라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생태철학자들은 인간중
심주의가 문제라고 진단한다. 인간중심주의는 자연과 인간을 별개로 바라
보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초해 있다. 하지만 존재의 실상을 보면 모든 존
재는 서로 밀접한 상호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생태학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19세기 독일 생물학자 헤켈 (E. Haeckel)
은 생태학을 ‘유기체와 그 유기체들을 둘러싼 외부 세계 사이의 관계에 대
한 과학’이라고 정의했다. 생태계의 모든 존재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
되어 있으며, 개체는 생태계라는 시스템 속에서만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
문이다. 이처럼 모든 존재가 상호관계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바라
보는 이런 인식을 시스템적 사고 또는 유기체적 사고라고 한다.
지난 시간까지 살펴보았던 화엄의 십현문(十玄門) 역시 온 우주를 유기
적 관계성으로 통찰하는 시스템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화엄사상에는 십
현문 말고도 육상원융(六相圓融)이라는 교설도 등장하는데 이 역시 유기체
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 볼 때 개별적 사물
26) 『한국불교전서』제4책, p.565b. 이하 한국불교전서에서 인용할 경우 H로 표기한다. 예를 들
면 H.4, p.565b. 페이지 뒤의 a, b, c는 해당 페이지의 상단, 중단, 하단을 의미한다. 자체만을 보지 않고 전체적이고 유기적 관계성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27) H.4, p.69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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