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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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속에서도 각각의 개인들은 성격이 다르고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자아실현이 보장되어야 건강한 나라가 되고, 유
기적 통합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동상(同相)과 이상(異相)은 같
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또한 같은 중도(中道)의 관계에 있음을 설명
하고 있다. 동질성 속에 서로 다른 특성이 내재되어 있고, 다름 속에 또 동
질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성괴 (成壞), 즉 이루어짐[成]과 무너짐[壞]이다. 성상(成相)은 어떤
현상이 성립되는 특성이고, 괴상(壞相)은 무너지고 해체되는 특성을 말한
다. 집이라는 전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둥이나 서까래를 만들어야 함
으로 나무를 베어야 한다. 나무를 베는 행위에는 성상과 괴상이라는 두
가지 모순적 특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기둥이라는 개별적 관점에서 보면
나무를 베는 것은 집을 짓는 재료를 확보하는 것이므로 성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나무의 관점에서 보면 나무라는 개체는 집을 위해 파괴되어야 함
으로 무너짐, 즉 괴상이 된다. 따라서 성상과 괴상은 서로 대립적 특성이지
만 이 두 개념은 서로가 서로를 포함하고 있다.
성상과 괴상의 이런 관계는 모든 존재나 현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봄
날 씨앗이 발아하는 것은 새싹이라는 하나의 존재가 생성되는 성상이다.
그러나 씨앗의 관점에서 보면 새싹을 틔우기 위해 씨앗이라는 개체는 해
체되고 사라짐으로 괴상이다. 새싹이 돋아나는 것은 결국 씨앗의 해체도
아니고, 새싹의 탄생도 아니므로 불생불멸 (不生不滅)이라는 중도가 된다.
어디 그 뿐이랴. 우리가 음식을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히 에너
지를 얻고 개체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성상이다. 하지만 생명이 유
지되기 위해 다른 생명을 잡아먹어야 하고, 살아 있는 야채를 먹어야 한
다. 모든 생명현상은 한편으로는 존재를 유지하는 성상이지만 또 먹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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