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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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통해 받아들여 중국인 자신들의 사상으로 변형시켜 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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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언어권에 소개됐을 때, 그 문화권·언어권에 적응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귀중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초기 중국불교사상의 형성과 그 궤적에 대한 연구는 중국사상의
                                                            ―
                                                                                                다른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중국불교가 후일 유교·도교와 습합되는
                                                            오스트리아의 리벤탈이
                                                            1948년 영역한 『조론』
                                                                                                과정, 명대 이후 소위 “유학적 불교”로 변용되는 과정의 천착에 이 방법은
                                                            (복사본).
                                                                                                유효할 수 있다.
                                                                                                  셋째, 각 시대별로 나타난 『조론』 주석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매 시기

                                                                                                중국인들이 불교를 어떻게 이해했고, 중국사상사에서 불교의 위치를 어디
                                                                                                쯤 설정했는지를 문헌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조론』과 주석서 및 관련된 사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중국사상의
           그 역사적 변천(肇論思想意旨及其歷史演變)』(북경:중국사회과학출판사, 2009), 한                                       역동적인 형성과정, 맑시즘을 받아들인 1900년 이후 중국사상의 형성과

           국의 송찬우가 번역한 『조론』(서울:경서원, 2009), 중국의 탕시우렌(唐秀連)이                                       정, 나아가 ‘자본주의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오늘날의 중국사상을 연구
           저작한 『승조의 불학이해와 격의불교(僧肇的佛學理解與格義佛敎)』(북경:종교                                             하고 이해하는 데 하나의 연구방법론·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

           문화출판사, 2010), 중국의 장춘뽀(張春波)가 주석한 『조론교석(肇論校釋)』(북                                       럼, 『조론』 연구는 초기 중국불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중국사상을
           경:중화서국, 2010) 등도 주목할 만한 연구서들이다. 이들의 연구 성과를 면                                         역동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밀히 검토해 장점을 잇고 단점을 비판적으로 지양(止揚)해야 한다. 다시 말                                              종합하면, 『조론』 연구·독해에서 가장 중요하고 긴요한 문제는 두 가지
           해, 여러 다양한 주석서와 연구서들을 대조·분석해 『조론』을 사상적·역사                                             로 압축된다. 첫째는 『조론』이 과연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았는가이다. 한

           적·언어학적인 관점에서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조명해, 초기 중국불교의                                               국·중국·일본의 많은 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여기에 동의한다. 둘째
           특색과 후기 중국불교에 끼친 『조론』의 영향 등을 다면적으로 정리할 필                                              는 『조론』이 과연 불교 중국화의 출발점이 되는 저작인지가 그것이다. 중

           요가 있다.                                                                               국의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주장을 편다. 과연 그들의 주장은 정확한 분
             여러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조론』을 연구·분석하면 뒤따르는 효과도                                               석에 기반한 것인가? 『조론』을 읽어가며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상당하다. 첫째, 초기 중국불교도들이 인도불교사상을 어떻게 이해했고,                                               위해 삼국시대 (220~280) 이래 십육국시대(304~439)에 이르기까지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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