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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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원융에서 육상(六相)이란 ‘여섯 가지 특징’이라는 뜻으로 하나의 존                                            를 제외하면 기둥과 마루, 방이라는 개별적 특성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를 총(總)·별(別)·동(同)·이(異)·성(成)·괴(壞)라는 여섯 가지 측면으로                                        기둥과 마루, 방이라는 부분이 곧 집이라는 전체가 되고, 집이라는 전체는
           조망하는 것이다. 총별은 전체와 부분, 동이는 같음과 다름, 성괴는 성립과                                            기둥이나 방이라는 부분들의 유기적 종합이다.

           해체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여섯 가지 특성들은 서로 분                                               전체라는 총이 곧 부분이라는 별이 되고, 부분이라는 별이 곧 전체라
           리된 것이 아니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상호 소통하기 때문에 원                                             는 총이 된다. 따라서 이 둘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특성을 띠

           융(圓融)이라고 했다. 육상은 전체적으로 보면 여섯 개의 측면으로 구분되                                             게 된다. 개별적 특성인 별상은 총상 속에 내재하고, 전체적 특성인 총상
           지만 서로 대조적인 두 개의 특성들이 한 쌍을 이루기 때문에 크게 세 가                                             은 별상 속에 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은 십현문을 통해서도 살펴

           지의 테마로 볼 수 있다.                                                                       본 바 있다. 총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은 「동시구족상응문」이다. 모든 요소
                                                                                                들이 동시에 갖추어져 집이라는 전체를 구성함을 설명한 대목이다. 반면

             하나의 현상에 담긴 여섯 가지 특징                                                                별상에 해당하는 것은 「광협자재무애문」이다. 넓음과 좁음은 개별적 특성
                                                                                                에 갇혀 있지 않고 총은 총대로, 개별적 요소들은 또 개별적 요소대로 고

             첫째는 총별(總別)로 전체[總]와 부분[別]이라는 측면이다. 하나의 존재                                           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나 현상을 전체라는 관계적 특징과 부분이라는 개별적 특징으로 나눠 보                                                 둘째는 동이 (同異)로 같음[同]과 다름[異]이라는 측면이다. 이 또한 집을

           는 것이다. 개체는 전체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의미를 띠지만 그렇다고 개                                             비유로 해서 설명할 수 있다. 서까래도 집을 구성하는 일부이고, 기둥도 집
           별적 특성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각각의 개별적 모습들도 부분적 의미                                              을 구성하는 일부이고, 기와도 집을 구성하는 일부이다. 이들 부분은 모두

           뿐만 아니라 전체만큼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떤 존재나 사안에 대해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이라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모
           전체적 측면만 보고 개별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개별적 측                                             두 동일한 특성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둥은 기둥으로서의 독자성

           면만 보고 전체적 관계성을 간과해도 반쪽짜리 안목이 되고 만다. 전체적                                              을 갖고 있고, 서까래는 또 서까래로서의 고유성을 갖고 있고, 기와는 기
           위상과 부분적 의미를 동시에 통찰해야만 어떤 존재나 사안의 의미를 바                                               와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과 거실, 부엌과 대청도 모두

           르게 파악할 수 있다.                                                                         집의 일부지만 각자 나름의 개별적 특성을 갖고 있다.
             성철 스님은 육상원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집을 비유로 설명한다.                                               이런 관계는 국가나 민족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성립된다. 무수한 개인

           총이라는 전체가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고 있는 집이라면 별이란 기둥, 마                                              들은 한 나라의 구성원이고, 어떤 민족의 구성원들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루, 방과 같이 개별적이고 부분적 구성요소들을 말한다. 기둥이나 마루 또                                             구성원들은 모두 동일한 특징 즉 동상(同相)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는 방을 제외하고 집이라는 전체가 있을 수 없지만 반대로 집이라는 전체                                              동일성만 강조하면 개별성과 개체의 자유는 억압되고 만다. 같은 민족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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