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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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세계 1
후 1세기에서 4세기 경에 번성했으며, 그리스 문화인 헬레니즘의 영향을
불상의 탄생 받은 간다라 미술을 꽃피웠다. 간다라 미술의 중심지는 현재 파키스탄 서
북 변경주의 주도인 페샤와르를 중심으로 펼쳐진 남북 약 70km, 동서 약
유근자 │ 동국대 겸임교수·미술사 40km의 분지이다. 이외에도 그리스와 로마 양식의 조각들이 출토되는 페
샤와르 주변의 여러 지역들, 즉 서쪽의 카불 분지와 잘라라바드, 북쪽의
스와트, 남쪽의 탁실라 등을 포함한다.
아! 고행상! 파키스탄의 라호르 박물관에는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고행상
이 있다(사진 1).
현재의 파키스탄 지역은 기원전 부처님께서 활동하던 시기에는 북인도
에 해당했다. 이곳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유목민이 세운 쿠샨제국이 기원 하루에 먹는 것 참깨 알 하나 日食一麻米
형체는 지극히 파리하였네. 形體極消羸
건너지 못한 것을 건너려 하였으나 欲求度未度
갈수록 미혹하고 더욱 아득해졌네. 重惑逾更沈
(김달진 번역, 『붓다차리타』, 문학동네, 2008, 233쪽)
“하루에 먹는 것 참깨 알 하나, 형체는 지극히 파리하였네.”라는 마명보
살의 글을 반영하듯 싯다르타 태자의 얼굴과 상체는 고행의 흔적이 뚜렷
하다. 움푹 들어간 두 눈과 돌출된 광대뼈 그리고 덥수룩하게 자란 턱수
염, 뼈와 살이 서로 붙고 강줄기처럼 온몸으로 생명수를 전달하는 혈관의
표현은, 수행자가 고행 중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호흡의 억제와 단식에 의한 매우 마른 고행상은 해부학적으로는 정확하
지 못한 부분들이 있지만, 조각가의 목적은 보살의 힘든 고행을 잘 전달
사진 1.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은 무의미하다. 길상초가 깔려 있는 대
고행상,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
좌에는 중앙의 향로를 중심으로 여섯 명의 수행자가 마주보며 합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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