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P. 69

간다라 기원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간다라 불상은 페샤와르 박물관에

 소장된 불입상이다(사진 2). 물결모양의 풍성한 머리카락은 위로 묶어 상투
 를 틀었고, 크게 뜬 두 눈에는 눈동자가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콧수염

 이 표현된 얼굴은 남성다운 이미지가 강하다. 아쉽게도 부러진 목을 올려
 놓았기 때문에 고개를 약간 위로 들고 있는 인상이다. 두 어깨를 감싼 골  사진 3.
            부처님을 호위하는 금강역사,
 이 깊은 옷 주름과 물결치는 머리카락은 그리스와 로마의 인물상과 유사
            간다라(1~2세기), 독일 베를린 아시아미술관.
 하다. 부러진 오른손은 위로 들어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한 초기 불상에

 서 표현된 모든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시무외인 (施無畏印)을 하였을 것이고,
 왼손으로는 유행 (遊行)하기 쉽도록 가사 자락을 잡았을 것이다.



 헬레니즘과 간다라, 알렌산더가 만난 불상



 알렉산더에 의해 전파된 그리스 문화 즉 헬레니즘은 간다라 미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남겼다. 간다라 미술 속의 헬레니즘은 석가여래의 호위 무
 사였던 금강역사상에 잘 나타나 있다. 금강역사는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

 을 호위하는 신장(神將)으로 간다라 불전 미술에 등장하는데, 금강저(金剛
 杵, Vajra)를 들고 호위한다고 하여 ‘집금강신(執金剛神, Vajrapani)’이라고도 한

 다. 간다라 미술 속의 금강역사는 석가여래께서 간다라 지방에 불법 (佛法)
                                                  사진 4.
 을 전파하러 갈 때 아난존자 대신 금강역사를 대동하고 갔다는 에피소드           불좌상, 간다라(1~2세기),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를 반영한 산물이다.
 독일 베를린 아시아미술관에는 석가여래의 뒤를 따르는 금강역사가 있

 다(사진 3). 오른손에는 종자(從子)의 상징인 불자(拂子)를 들고 있고, 왼손에
 는 어떤 것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금강저를 꽉 잡고 있다. 파도모양의 머

 리카락과 턱수염, 근육이 표현된 노출된 다리 등에 헤라클레스 모습이 투



 66                                                                      67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