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P. 81

‘행복하게 자란’ 것을 먹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이것도 모

 자라 아침마다 TV에서는 진시황은 구경도 못했을 100세 건강 불로초를
 캐다 바칩니다. ‘긍정 심리학’으로 무장한 행복 전도사들은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페이스북과 기업이 마음만 먹고
 손을 잡는다면, 실시간으로 개개인에게 ‘행복 레시피’를 전달해줄 것입니

 다. 그들은 우리의 일상을 낱낱이 스캔하고 있으니까요. 실연당한 날 마시
 면 기분 좋아지는 와인, 시험 보기 전날 먹으면 두뇌가 활성화되는 알약

 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겠지요. 물론 이에 대한 반격이 없는 건 아
 닙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 올리버 버크먼의 『행복 중독

 자』, 윌리엄 데이비스 『행복산업』과 같은 책들은 긍정 심리학자와 기업, 정
 부가 어떻게 결탁하여 행복을 팔고, 강요하며 행복을 이데올로기화 했는

 지를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 “이 일을 하지 않

 으면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길을 택했다. 난관도 있었지만….” 하고
 몇 마디만 하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의 마법에 걸립니다. 하지만 유엔이 최

 근에 발표한 ‘2018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6개국 가운
 데 우리나라는 57위였습니다. 이 정도라면 그리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급기야 ‘탕진잼’, ‘소확행’입
 니다. 자발적으로 행복 제국주의에 식민화하는 삶입니다. ‘행복’이라는, 원

 가에 포함되지도 않는 자원이 있는 한 시장은 권력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
 다. 이쯤 되면 질문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행복할 것인

 가, 하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마주해야 할 현실의 고통을 인정
 하고 차라리 ‘복을 비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세

 상은 고해 (苦海)라는 부처님의 통찰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온갖 업과 욕망



 78                                                                      79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