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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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충돌하는 곳이니까요. 그럴 수밖에요. 그렇지 않다면 그게 이상할 일이  한편 서은국 교수는,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

 지요. 설사 경천동지할 깨달음을 얻었다 할지라도 죽을 때까지의 목숨 부  스를 ‘행복의 정신적 교주’로 지칭하며, 그의 ‘가치 있는 삶이 곧 행복’이라
 지에 따르는 고통은 감내해야 합니다. 다만 감수의 방식에서 깨달은 이와   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행복을 지나치게 거창한 것으로 만들

 범부의 차이는 있겠지요. 저 같은 속세의 범부는 ‘복을 비는 것’ 말고는, 달  었다’는 것입니다. 글쎄요. 진화 심리학에 입각한 자신의 논지를 선명하게
 리 견뎌낼 재간이 없습니다.   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건 행복 그 자체보다는 ‘좋
 행복이란?      은 삶’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읽지 않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행복한 사람에게는 … ‘행운의 선물’이 필요하다.” (『니코마스코 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① 복된 좋은 운수 ②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리학』,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85쪽)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쾌락이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동의할   최고선”이라고도 했습니다. (위 책, 286쪽)
 만합니다. 내친김에 제가 가진 『조선어사전』에서 ‘행복’을 찾아 봤습니다.

 『조선어사전』은 1938년에 초판이 나왔고, 문세영 (1895~1952) 선생이 편집  기복을 옹호함
 한 것인데, 최초의 우리말 사전으로 평가 받습니다. 이렇게 나와 있더군요.

 ① 다행한 운수. ② 경사스러운 일. 좋은 일. ③ 팔자가 좋은 것. 이쪽이 더   이제 법정에서 최후 변론을 하는 심정으로 ‘기복’을 옹호해 보겠습니다.
 마음에 듭니다. 행복의 실체에 더 다가간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기복’  ‘좋은 삶이 가져다 준 행운의 선물이 행복’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복을 빎.” (『표준국어대사전』) 아주 간단합니  론. ‘기복’과 좀 닮아 보이지 않습니까?
 다. ‘복을 빈다’는 것. 그 자체로 무엇이 그리 나쁠 게 있습니까.    비판적이든 중립적이든 기복을 말할 때 등장시키는 대표적 그림 하나

 최근에 제가 접한 행복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서은  를 보겠습니다. 수능시험장 앞, 굳게 닫힌 철문을 보며 기도하는 어머니.
 국 교수의 것이었습니다. “행복은 삶의 최종적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그 행위 덕분에 아들이 ‘서울대’ 갈 것이라고 믿을까

 만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요? 그 춥고 지루하고 긴 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하지는 않았을까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요? 잘 먹이지 못한 후회, 아이 앞에서 부부 싸움 한 후회, 비록 공부는 잘

 것이다.” (『행복의 기원』 71쪽) 행복을 하나의 생존 수단으로 본 것입니다. 더   못 했어도 커 가는 동안 행복을 안겨 줬던 아이에 대한 고마움, 시험을 망
 쉽게 말하자면 “좋아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것” (192쪽)이 행복이라는 겁  쳤다면 어떻게 안아 줘야 할까 하는 고민…. 그랬을 겁니다. 아이를 만나면

 니다. 이때의 행복감이 생존에 유리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지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의 준비도 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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