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18년 6월호 Vol.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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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로 세상 읽기 1
           불자들이 말하는 가피가 아닐까요. 설사 나만 잘 먹고 잘 살자고 복을 빈

           다 할지라도, 행위 그 자체는 사회적으로 무해무득입니다. 간절하다면 ‘밥’                                                              진정한 스승이 그립다
           과 ‘돈’ 너머의 것도 보게 되지 않을까요.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리이

           타의 실마리는 찾은 게 아니겠습니까.                                                                                                                 김군도 │ 자유기고가
             앞서 읽은 ‘고귀한 축복의 경’에 대해서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빠알리

           어 지명이나 인명 말고는 누구나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부처
           님 가르침의 원형에 대한 이해나 문헌학적 공부가 필요하신 분들은 전재                                                 황벽희운 화상이 대중에게 “너희는 모두 지게미에 취해 다니는 놈들이

           성 박사의 주석서를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다만 제가 한마디 보탠다면                                                다. 하릴없이 이 절 저 절로 나다니니 어찌 오늘의 나 같은 경지에 이르겠
           이 경의 천인 (天人)이 바라는 ‘축복’이야말로, ‘바른 삶’이 선물 받을 ‘복’, 달                                       느냐?” 하고 말했다. 이때 한 승려가 불쑥 나와 따졌다. “도처에서 가르치

           리 말하면 ‘가피’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것 없이 어떻게 행복을 바라                                              고 있는 선사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 겁니까?” 황벽은 “선이 없다는 게 아
           겠습니까. 순간순간 고통을 마주해야 하는 이 사바에서.                                                         니다. 다만 올바른 선사가 없을 뿐이다.”고 대답했다. (『벽암록』 제11칙)

             “복 받으십시오.”
                                                                                                  1993년 11월 4일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 퇴옹당(退翁堂) 성철

                                                                                                (性徹) 큰스님이 입적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큰 별 지다’라는 한결같은 표
                                                                                                현으로 성철 스님의 입적을 애도했다. 성철 스님은 실제로 불교계뿐만 아

                                                                                                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그분이 우리 사회를 향해 필요할 때마다 어떤 가르침을 주거나 메시

                                                                                                지를 준 적이 없는데도 어느 날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었다는 점이
                                                                                                다.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일던 1970〜80년대 유신과 군부독재에 맞서던

                                                                                                세력들이 큰스님에게 ‘제발 한 말씀만 해달라’며 메시지를 간청했지만 어
                                                                                                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일화 중

                                                                                                의 하나다. 그럼에도 어떻게 스님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자리할
                                                                                                수 있었을까?

                                                                                                  성철 스님이 우리 사회에 본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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