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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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음미하는 부처님 말씀 3



                               바르게 말하는 법



                                                      윤제학 | 작가·자유기고가






             편의점에서 껌 한 통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기다립니다. 점원이 (스캐너로
           바코더를 읽은 다음) 말합니다.

             “천 원이세요.”
             천 원이‘세’요?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국민답습니다만 황당합니다. 점
           원의 신분이, 잠시 용돈 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어도 그

           렇지, ‘돈’이 그의 ‘상전’일 수는 없습니다. 처음 몇 번은 이런 불편한 사태

           앞에서 ‘돈을 존대하는 건 아니라고’ (아주 예의 바른 어투로) 교정을 시도했지
           만 곧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꼰대짓’으로 받아들인 듯 눈에 잔뜩 힘을 주
           고 ‘그래서 어쩌라고요’ 하는 투로 바라보는 점원에게 ‘바른 어법’을 얘기했

           다가는 ‘진상’ 혹은 ‘갑질’의 혐의까지 뒤집어쓰게 될 게 뻔해 보였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며 계산서를 내밉니다. 계산원 대부분은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계산 도와 드리겠습니다.”

             역시 황당합니다.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까운 나라에서 아라비아 숫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도대체 무얼 돕겠다는 것인지요. 손님의 행색이
           아주 초라해 보여서 밥값의 일부를 감해 주거나 대신 부담해 주겠다는 뜻
           이라면 모르겠습니다. 혹은 돈 낼 사람이 휠체어를 탄 상황에서 점원을 불

           러 계산을 해 달라는 상황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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