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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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닙니다. 그런 말을 쓴다고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혼의 비정상’이 초
래되지는 않습니다. 조금 허세를 섞어 말하자면, 내심 이제는 일본쯤이야
하면서,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진 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농담처럼 내뱉기도
합니다. 문제는 ‘진정성’입니다. 그것은 어휘 차원이 아니라 심리적 차원의
문제입니다. 거짓 감정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너도 속고 나도 속는, 끝내
집단적 자기기만에 빠진 사회는 얼마나 공허할까요.
『한국인의 거짓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주 도발적으로 한국은 ‘거짓
말 공화국’이라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그 근거는 전체 범죄 대비 사기 범죄
가 OECD 국가 가운데 1위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자료입니다. 어
느 정도 수긍은 하지만 사기 범죄 1위라는 것만으로 거짓말 공화국이라 단
정하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해서 그
러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마다 사법 체제가 다를 텐데 순위는 별 의미가 없
다는 주장을 펼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정도 수긍을 한다는 것
은, 어느 나라든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면 거짓말이 횡행한다는 뜻에서입
니다.
이 책은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잘 속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를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법을 소개
합니다. 속지 않는 법과 속이는 법에 대한 매뉴얼이라 할 만합니다. 그렇
다고 해서 이 책이 한국의 사기 범죄율을 낮추는 데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는 않습니다. 그리고 설사 이 책의 주장대로 한국이 거짓말 공화국이라 해
도 크게 놀랄 생각이 없습니다. 법적 처벌이 따를 거짓말이든 부도덕 수준
의 거짓말이든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죄를
묻고 감옥을 운영하려면 힘이 들 테지만 그것은 유사 이래 모든 사회가 그
랬던 것처럼 마땅히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입니다. 정녕 우리가 두려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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