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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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해야 바르게 우리말을 쓰는 것이지요. ‘생각’은 ‘하
           는’ 것이지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 한 마디가 사회적 정치적으로 영
           향을 끼치는 대통령의 언어생활이 이러할진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나

           식당 직원의 어법을 문제시하는 건 쩨쩨한 짓이겠지요.



             예의 바른, 너무나 예의 바른 대한민국



             허일구 교수(창원대 국문과)는 『국어에 답 있다』는 책에서, 최근 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 ‘경어’ 표현이 늘어난 것을 지적하며 그 원인을 치열한 경쟁
           에서 찾습니다. 지나친 경쟁의 결과로 일상 언어에도 상품 광고나 기업 홍
           보 문구처럼 과장된 표현이 넘친다는 것입니다. 허 교수는 이런 경어는 진

           정어린 겸양의 표현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치열한 상술, 손님과 종업원

           의 수직적 위계의 반영이라는 것이지요.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말에 어린 세태의 슬픈 표정입니다.
             언어생활은 세태를 반영하게 마련입니다. 반대로 언어가 세태를 바꾸기

           도 합니다. ‘여류 시인’이라는 말에서 ‘여류’라는 표현의 부당성을 인지하기

           만 해도 남녀 차별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 경험을 쌓으면서 우리는 더디
           게나마 남녀 차별의 문턱을 낮추어 왔습니다. ‘시민’이라는 말이 ‘국민’의
           입에 자연스럽게 붙을 때, 과도한 국가주의의 폐해도 줄어들겠지요.

             진정성이 결여된 경어의 남발이 경쟁 과잉 세태의 반영에 그친다면 크

           게 걱정할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경쟁이 완화되면 그 또한 바로잡힐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노가다, 야매, 부락, 시
           다바리, 야리꾸리, 함바집, 땡깡… 같은 일본말의 찌꺼기에서 보듯이 대중

           들에게 한번 자리 잡은 말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도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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