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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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무기, 전오식, 심소, 변행, 별경, 수번뇌, 부정, 촉, 작의,
수, 상, 사, 욕, 승해, 념, 정, 혜, 신, 참, 괴, 경안, 탐, 진, 치,
만, 의, 한, 혼침, 방일, 산란,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
유식성 등등 ….”
여러분 어떻습니까? 몇 개 정도 이해하고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 1개정도
설명할 수 있는 분, 많아봐야 2∼3개 정도.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세
요. 하나하나 꼼꼼하게, 여러분께 설명하고자 합니다. 독자들께서 준비하
실 것은 단지 눈과 적당한 호기심만 가지고 읽어 주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위에서 열거한 유식의 용어 중에서 ‘훈습薰習’이
라는 말을 우선 설명해보겠습니다. 훈습이란 ‘보존하다, 두다, 머무르다’라
는 뜻의 동사 √vas(바스)로부터 파생된 명사 ‘바사나vāsanā’의 번역어입니
다. 한자 의미를 설명하자면, 훈薰이란 ‘향기’, ‘(연기가) 스며들다’라는 뜻인
데, 훈제고기를 만들 때를 상상해 보세요. 훈제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
폐된 공간에서 고기에 연기를 천천히 스며들게 합니다. 연기 냄새가 고기
에 배어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습習이란 깃 우羽+일 백百 자가 합친 글자
로 ‘새끼 새가 어미 새의 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날기 위해 백 번百 날개
짓羽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새끼 새가 날개 짓을 백번만 했겠습니까? 백
번이라는 것은 상징적인 표현으로 아마도 수천 번을 반복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익힐 습習, 즉 반복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훈습이란 반복해서
한 행위의 결과[종자]가 점차 쌓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행
한 행위의 결과[종자]가 점차 훈습되는 장소는 아뢰야식입니다. 그리고 저
장되는 것은 인간 행위의 결과물인 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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