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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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식 종파인 일본 법상종에는 ‘유식 3년 구사 8년’ 이
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식’이라는 말은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구
사’란 어디서 온 말인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구사’란 유식불교를 완성시킨
세친 보살(400∼480)의 저작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이하 『구사론』
약칭)이라는 아비달마[부파불교, 소승불교]를 대표하는 문헌에서 따온 말입니
다. 현재 한국불교계는 『구사론』을 ‘소승불교’ 문헌이라고 하여 폄하하는
분이 많습니다만, 『구사론』은 전통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아주 중요한 문헌입니다.
첨언하자면 아비달마abhidharma란 ‘~의 방향으로, ~까지, ~를 위하여,
~에 대해서’라는 의미의 접두어 아비abhi와 가르침·법칙·규칙·진리 등
을 의미하는 다르마[dharma:한역에서는 법法]가 합쳐진 말입니다. ‘아비달마’
라고 하면, 동북아시아 불교 권에서는 부파불교나 소승불교를 떠올립니다
만, 이것은 대단히 편협된 견해입니다. 왜냐하면 초기불교 경전에는 아비
달마적인 요소가 이미 상당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재 남아
있는 초기경전도 역사적으로 부처님이 생존하고 계실 때에 기록된 것이 아
니기 때문에 정말로 부처님 시대부터 아비달마적인 요소가 있었는지 알 수
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비달마적인 시도는 꽤 초기 단계부터 있었다고 생
각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아비달마=소승불교=부파불교를 동일시하는 관점은 적어도 학
문의 세계에서는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서구의 불교학계에서는 부
1) 이 말은 ‘도율삼년 桃栗三年 시팔년柿八年’에서 유래한 말로 ‘봉숭아 [桃]와 밤 [栗]은 3년에 수확하고,
감나무[ 柿 ]는 수확하는데 8년 걸린다’는 뜻입니다. 즉 결과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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